<보육대란>“누리예산 삭감 지방의원들 ‘주민소환’통해 책임 물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속수무책’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서울 지역에 보육대란이 시작된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한 구립어린이집으로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들어가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
“아이들 볼모 정치적 쇼 벌여
학부모들이 나서야” 목소리

- 주민소환 투표 절차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
유효투표 과반찬성땐 확정
대상자는 즉시 직위 상실

일부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삭감으로 보육대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예산 삭감을 주도한 지방의원들을 상대로 ‘주민소환 투표’를 실시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악화 일로를 걷는 중앙-지방자치단체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아이들 문제를 볼모로 지방의원들이 정치적 쇼를 벌여 보육대란 사태를 불러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서울·경기·광주·전남 등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제로(0)’인 지방의회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야당 의원들 주도하에 누리과정 전액 삭감 수정안이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학부모들이 나서서 이들 의원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법에 따라 ‘주민소환’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소환제는 지난 2006년 5월 24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정돼 이듬해 7월부터 시행됐다. 주민소환제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장과 투표로 선출된 지방의회 의원으로 일정 이상의 주민들이 동의할 경우 주민소환 투표를 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12월 12일 경기 하남시에서 시장이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광역 화장시설 유치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으나, 투표율이 31.3%에 그쳐 무산됐다. 이어 2009년에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지만 역시 투표율이 11%에 그쳐 무산됐다.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확정된다. 주민소환 투표 결과가 확정되면 결과가 공표된 직후 대상자는 직위를 곧바로 상실한다. 주민소환 투표를 통해 직위를 상실하면 해당 보궐선거에는 참여할 수 없다.

박 실장은 “지방의회가 삭감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유보금으로 갖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당리당략에 빠져 보육대란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면서 “복지정책을 두고 벌어진 중앙-지자체 간 갈등에 지방의회가 지자체를 동조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도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사태를 비판하며 “문제가 있다면 권한쟁의나 기관쟁송 등 분쟁해결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면서 “예산 편성조차 하지 않고 국민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더는 용인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최근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년수당’ 정책에 대한 날 선 비판도 나왔다. 김 교수는 “청년수당에 관한 특별한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아무 협의도 없이 무상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는 인색한 반면, 청년수당 집행에는 적극적인 경기 성남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남시는 ‘복지 증진은 헌법적 의무’라며 청년수당 프로그램을 강행하면서, 취학 전 아동 교육복지 사업인 누리과정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며 “정쟁을 이유로 청년수당은 강행하면서 누리예산 편성을 고의로 유기한 것은 균형을 잃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