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유엔 특보, 진보인사들만 만나 한국 집회·시위 상황 인식 편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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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는 오늘 만나
“보수진영 의견 적극 개진”
특보, 내일 출국기자회견

지난 20일 방한해 정부 부처와 진보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연달아 면담하면서 한국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사진) 유엔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8일 보수단체 인사들과도 만난다. 출국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이뤄지는 이번 만남이 조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키아이 특보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중구 정동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의실에서 이영조 공동대표와 강정숙 전·의경어머니회 회장과 면담한다. 이 대표와 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불법 시위로 인한 피해 사례를 설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바른사회 관계자는 “키아이 특보가 방한 이후 진보성향 인사들만 만나면서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청취할 계획은 잡지 않은 것 같아 면담을 신청했다”며 “특보에게 한국 집회 시위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보수진영의 의견도 적극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아이 특보 방한은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키아이 특보의 이번 방문은 국내 인권·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악화되고 있는 집회와 시위 자유 관련 사례를 지속적으로 유엔 측에 전달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키아이 특보는 방한 이후 진보진영 인사들과 집중적으로 면담했다. 20일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장과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 등과 면담한 데 이어 23일엔 용산참사 7주기 추모식에 다녀갔다.

24일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만났고, 25일엔 올해로 6년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경북 경주시의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노조의 농성장을 찾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보의 일정이 특정 정치색을 띤 인사들과의 만남에 집중돼 편향된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내놨다. 키아이 특보는 29일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국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오는 6월 한국의 집회·결사자유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키아이 특보는 케냐 출신으로 나이로비대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다. 지난 2011년 5월 1일 신설된 유엔 집회 결사 특별보고관으로 임명됐고, 3년 임기를 마친 2014년에 연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특보의 방한에 대해 “우리나라는 유엔 특보들이 임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이들의 방문을 원칙적으로 수락하는 ‘상시초청’ 제도를 2008년 3월부터 도입했으며, 키아이 특보의 방한은 2014년 말 방문 의사를 밝히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