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도, 中도… ‘사회주의 경제’ 위기에 더 취약

공기업 등 ‘비효율’ 시달려
‘정부의 시장개입’ 반면교사

유가 급락 타격으로 공기업 민영화에 나선 러시아, 대규모 부채에 시달리며 국가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중국 공기업의 위기가 불거지면서 ‘사회주의 체제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등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 체제가 성장 초기에는 자본 집약도를 높여 효율성을 나타내는 것 같지만, 경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진 이후에는 비효율의 근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공기업의 민영화 필요성과 더불어 정부에 의한 기업 개혁을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박진 KDI국제대학원 교수는 2일 “효율성은 경쟁에서 나온다”며 “패배할 때 아픔을 겪는다는 게 경쟁의 본질이지만 공기업 체제에서는 경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있더라도 정부의 보호막으로 인해 패배가 아픔으로 다가오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도 “규모가 작거나 외부 환경이 좋은 때는 비효율이 있어도 어느 정도 버틸 만하겠지만 사회주의 체제처럼 공기업이 국가 경제 전체이거나 지금과 같은 세계 경제 침체 상황에서는 문제가 되는 게 당연하다”며 “더 이상 비효율을 감내하는 손실, 부채를 국가가 떠맡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어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우리나라에도 주는 시사점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을 보유한 나라가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만 보더라도 정부가 경제민주화 등을 들어 기업 경영에 관여하기보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대기업들이 민간 영역에서 더 잘 경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공기업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 교수는 “공기업 하나를 전체적으로 민영화하려다 공적인 기능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막혀 수포로 돌아간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공적인 기능과 상업적 기능을 분리한 뒤 후자에 대해서만 민영화하는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