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소유경영’- CJ ‘전문경영’… 시험대 오른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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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소유경영이 우위
장기성과 달성에 더 적합”
월마트·K마트 분석 결과
‘소유경영’ 월마트 1위 독주
‘전문경영’ K마트는 파산

‘오너 리스크’ 반론도 팽팽
MS· 애플은 전문경영 성과
100대기업중 족벌제 6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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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경영 체제를 선택한 두산그룹과 전문 경영체제를 강화한 CJ그룹이 지배구조 변화의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재계에선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지속가능한 기업 유지에 어떤 체제가 좋은지를 놓고 소유경영과 전문경영 체제의 장단점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소유경영 체제는 오너의 책임·신속·일관성 있는 의사 결정이 가능하지만 개인의 성향·자질에 따른 ‘오너 리스크(위험)’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전문경영체제는 투명하고 합리적 의사 결정이 가능하지만 위기 때 책임경영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어느 한 쪽 모델이 더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소유·전문경영 체제와 기업의 장기성과-미국 소매업 내 두 기업의 성쇠’ 보고서에서 ‘소유경영 체제’가 ‘전문경영 체제’보다 기업의 장기 성과 달성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소유경영 체제의 대표 기업인 ‘월마트(Wal-mart)’와 전문경영 체제의 대표기업이었던 ‘K마트(Kmart)’의 비교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1962년 같은 해 창업한 월마트와 K마트를 분석한 결과, 창업 이후 30여 년간 미국 할인소매점 업계 선두를 달려왔던 K마트는 잇따른 경영 실패로 2002년 파산 신청을 했지만, 월마트는 1991년 이후 K마트를 추월해 미국 할인소매업에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두 기업의 상반된 지배구조가 극명한 성과 차이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K마트의 경우 전문경영진이 재임 기간 중 성과를 내는 데 집착해 장기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을 소홀히 하고 단기적 비용인 판매관리비에 많은 금액을 투입했다. 반면 월마트는 신임 경영자가 전임자의 장기 프로젝트를 승계받아 장기 경쟁력을 증진하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안세연 서울대 경영연구소 박사는 “1962년부터 2002년까지 K마트 최고 경영진의 평균 재임 기간이 6.7년이지만, 월마트는 13.6년”이라며 “전문경영 체제에서 K마트는 월마트보다 경영진 교체가 빈번해 전략의 일관성이 떨어졌고, 이는 경영 성과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안 박사는 “소유경영체제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소유경영체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지배구조 설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유경영 체제가 반드시 전문경영 체제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경영 체제를 도입한 마이크로소프트(MS)나 오너인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전문경영 체제를 선택한 애플과 같이 전문경영인에 의해 승승장구하는 기업들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소유경영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오너 리스크’는 기업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이 크다.

실제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이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100위 이내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소유경영 체제의 가족기업은 월마트와 폭스바겐 등 6개 기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