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문화·경영환경 감안하면 소유·경영 ‘합리적 융합 모델’ 필요”

전문가 제언

“검증 안된 경영권 승계
배제가능한 시스템 마련”

경영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업문화와 경영 환경에 비춰봤을 때 소유와 경영을 ‘분리’의 대상이 아닌 ‘융합’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소유경영체제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기업의 총수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경영권 승계’를 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3일 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소유경영체제는 승계까지 내다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전문경영체제보다 미래 투자에 있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소유경영체제를 유지해 온 한국 기업문화 특성상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모델이 나오도록 융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이어 “다만 소유경영체제 아래 창업세대 이후 승계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후계자로 인해 기업과 주주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키우고 권한을 확대해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수의 후계자라도 능력을 검증받지 못하면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시스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소유경영체제와 전문경영체제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부실한 사업을 도려내고 사업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에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소유경영체제가 더 유리하다”며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경영체제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소유경영체제가 경영판단을 하는 데 있어 노조의 간섭을 비교적 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전문경영체제보다 유리한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경영인은 임기 안에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노조와 결탁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노조의 이익을 우선하다 보면 기업과 주주 가치 극대화에 맞지 않는 경영판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유와 경영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선 ‘소유·전문경영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경영자로 능력이 검증된 소유경영인을 키워 신속한 의사결정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우”라며 “이와 함께 소유경영인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언제든지 견제할 수 있도록 전문경영인의 지위와 권한을 확대하는 것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