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에바디 “정부 공작에 남편이 딴 여자와 동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인권운동·반정부운동한 나에 대한 보복”

“이란 정보당국이 나에 대한 보복으로 남편을 다른 여자와 동침하도록 공작을 펼쳤다.”

이란 여성과 아동의 인권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시린 에바디(68)가 2009년 남편인 자바드를 대상으로 펼쳐졌던 이란 정보 당국의 인권 유린 실상을 뉴욕타임스 6일(현지시간) 자에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이란의 첫 여성 변호사인 에바디는 반정부 운동도 펼쳤으며, 이란 정부의 압박을 피해 2009년 초 미국 애틀랜타로 왔다.

에바디는 자신이 애틀랜타로 온 지 몇 개월 뒤에 이란 정부가 남편을 궁지에 몰아넣는 작전에 나섰다고 밝혔다.

미국으로 온 뒤에 남편 자바드와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전화통화를 했는데 2009년 여름에 2주가량 연락이 되지 않았다.

테헤란에 살던 여동생에게 부탁해 남편의 아파트를 찾았으나 비어 있었고, 1주일 뒤에 다시 여동생이 찾았을 때 남편은 여행에서 돌아왔다며 바로 잠에 빠졌다.

며칠 뒤 전화를 걸어온 남편은 2주 동안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친구의 아파트에 초대받아 갔더니 다른 여자 친구도 있었고, 세 명이 술을 마시던 중 집주인인 친구가 볼일이 있다며 나간 사이 다른 여자 친구와 동침하는 상황이 됐다.

이때 옆방에서 모든 상황을 카메라에 담은 정보 요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남편을 체포했고, 판사는 ‘돌을 던져 죽이는’ 투석형을 선고했다.

독방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던 남편에게 정보요원들이 타협안을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여 목숨을 구했다는 게 남편의 설명이었다.

당시 정보요원들은 남편을 상대로 작전을 벌인 이유가 에바디에게 있음을 시사했다.

“에바디에게 입을 닥치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듣지 않았다. 이제 에바디가 자신의 행동이 부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

그러면서 에바디를 배신하면 살 길을 마련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동침했던 여성과 5년 전에 결혼했다는 가짜 결혼증명서를 만들어 간통죄가 성립되지 않도록 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자바드는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다음날 에바디를 배신하는 성명을 카메라 앞에서 읽었다.

에바디는 남편이 흔들리는 목소리로 이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또 남편이 “나를 용서해 줄 수 있느냐”, “내가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고 물었다며 남편이 희생양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란 당국이 불순분자나 정치인의 공직생활을 끝내거나 비판론자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성적인 문제를 가지고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