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식·의약 안전’>모범 음식점≠위생… 1000만 외식인구 ‘선택의 혼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외식업 영업주와 음식업 종사자, 정부 및 학계 관계자들이 지난해 가을 서울 중구 한국외식업중앙회 중앙교육원에서 주방문화 개선 캠페인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방자치단체 담당공무원, 관련 학계, 음식업 종사자들이 지난 1월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음식점 위생등급제와 주방문화 개선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 ④ 지자체별 제각각 ‘외식업체 인증’

전통·향토·우수 인증제 남발
절반 이상 ‘모범음식점’ 부여
위생 수준은 모범과 거리멀어

정부, 위생등급제 적극적 추진
객관적 평가기준 제도화 나서
16개 시도와 ‘시범사업’ 시행

음식점 주방문화 개선도 함께
업주-소비자 신뢰 확보하기로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맞벌이 가구가 많아지는 데다 식생활의 서구화 등 다양한 영향으로 외식하는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하루 1회 이상 외식률이 매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하루 1회 이상 외식률은 2012년 25.2%이던 것이 2013년 31.7%로 높아졌고 2014년에는 32.4%로 올라갔다. 국민 3명 중 1명 가까이는 하루 1번 이상 외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일반음식점에 대한 안전체감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안전체감도는 가정조리가 4.2점으로 가장 높았고 급식이 3.4점이었으며 음식점 3.1점, 즉석조리코너 2.9점, 배달 등 2.8점으로 외식 음식점 등이 낮게 나왔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식중독 발생현황을 집계한 결과,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소가 212건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집단급식소 77건(22%), 기타 40건(12%), 가정 7건(2%)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음식점 위생등급제와 주방문화 개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가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추진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해소하고 객관적 위생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위생과 무관한 음식점 인증(전통음식점, 향토음식점, 우수음식점 등)이 남발돼 소비자의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고, 반찬 재사용과 비위생적 식기류 관리 등 음식점의 위생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음식점의 위생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통일된 음식점 인증제도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방문화개선사업은 음식점 주방 위생과 관련된 규정 등을 포함한 현행 식품위생법이 업체의 영세성, 인식 부족 등을 이유로 잘 준수되지 않는 비정상적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

식약처는 지난 1월 현재 전국의 일반 음식점을 62만8699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한식업소가 47.5%로 절반에 가까웠으며 양식이 4.1%, 중식이 3.3%, 일식이 2.0%였으며 뷔페 등이 36.9%다. 하지만 모범음식점은 1만8616곳으로 전체 음식점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이중 지자체의 음식점 인증제도로 지정된 곳도 4120곳에 불과하다. 분류별로는 한식이 77.0%, 일식이 7.8%, 중식이 4.4%, 양식이 3.5%, 분식이 1.5%, 뷔페 등이 5.8%이다.

정부는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시작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식품위생법을 개정해 공포했다. 본격적인 시행은 2017년 5월부터다. 이에 앞서 식약처는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와 위생등급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7186곳의 음식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소의 위생등급을 분석한 결과 2등급이 2410곳(33.5%)으로 가장 많았고 3등급 1887곳(26.3%), 1등급 1820곳(25.3%), 등급 외 1069곳(14.9%) 순이었다. 하지만 이중 절반 이상이 지자체에서 모범음식점을 부여한 곳이어서 ‘모범음식점=위생’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지자체와 협력해 전국 음식점 1만 곳에 대해 위생등급제 사업을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범사업 추진을 통해 시행방법과 평가 기준 등의 개선사항을 찾고 제도를 보완한 뒤 오는 10월 세부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세부대책에는 음식점 위생등급 우선 평가대상의 선정, 지자체 인증제도와 통폐합 방안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토대로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내년에는 1만8600여 곳의 모범음식점을 대상으로 위생등급을 평가한다. 2018년에는 3만7500여 곳의 관광특구 내 음식점에 대해 위생평가를 한 뒤 등급을 부여한다. 2019년부터는 2년간 운영한 위생등급제를 재검토하고 여기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이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군산대 산학협력단의 ‘식중독 발생추정 및 사회·경제적 손실분석’에 따르면 식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은 2조8000억 원으로 추정하며 10%가 감소할 경우 2800억 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범국가적 차원에서 음식점의 위생 수준을 평가하고,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음식점 간의 자율경쟁을 유도해 우리나라 전체 음식점의 위생수준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위생등급제 도입 후 10∼30% 식중독 예방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음식점 위생등급제와 함께 주방문화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개방형 주방으로 고쳐 음식점을 찾은 고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주방 내 조리과정을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주방위생 향상 및 투명성을 확보해 영업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7개 시·도의 음식점 38곳을 선정해 시범운영을 했다. 이 결과 영업자의 97.4%가 시설 개·보수 등에 매우 만족하거나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족은 2.6%였다. 영업자들의 주방위생 상태가 개선돼 쾌적한 일터가 조성됨으로써 매출 향상도 기대된다. 실제로 주방개선으로 절반의 업소에서 매출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증가업소는 10∼20%가 가장 높았으며(47.3%), 10% 미만(26.3%), 30% 이상(15.7%), 20∼30%(10.5%)였다. 식약처는 개방형 주방 설치율을 2014년 42%에서 지난해 46%까지 올렸으며 올해 50%까지 상향시킬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