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말바꾸기’… 대권의식 정치 행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피해자 할머니 면담서
“위안부 합의 환영 아냐”
한국 복귀 앞두고 논란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환영한다”고 평가했다가 지난 11일 “합의 내용을 환영한 것은 아니다”면서 말을 바꿨다.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9) 할머니를 면담한 자리에서다. 반 총장의 2017년 대권 도전설과 맞물리면서 차기 정치적 행보를 위한 말 바꾸기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은 유엔에서 이뤄진 길 할머니와의 면담에서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성명은 취지가 잘못 알려졌다”고 해명했다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밝혔다. 면담에 배석한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도 “반 총장의 발언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에 대해 환영한 것으로, 합의 내용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반 총장은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에는 “이번 합의로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환영 입장을 밝혔고, 올 초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의 이번 발언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을 다소 수정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반 총장이 지난 1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항의하는 정대협의 서한에 답하지 않다가 길 할머니와의 면담에서 뒤늦게 답신을 전달한 것을 놓고도 말이 많다. 일부에서는 ‘유만(油鰻·기름장어)’이라는 별명을 가진 반 총장이 내년 12월 한국 대선을 염두에 두고, 민감한 이슈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내의 반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12월 10년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이 임기 마지막 해에서야 위안부 피해자를 처음 면담한 것이 대표적인 방증이라는 논리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