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9>‘재원’은 아예 침묵… 대책없이 큰소리만… ‘복지空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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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
조단위 사업도 “추가부담 없다”
공약가계부 없애고 어물쩍 발표

- 더민주
법인세 인상·국민연금 활용 주장
투자·고용 감소 등 부작용 우려

- 국민의당
건보재정·SOC 예산 조정 등
공언 불구 사회합의 없어 논란

4·13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표를 얻기 위한 정당의 구애 경쟁은 곧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면밀한 분석과 판단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은 대표 공약으로 최저임금 8000∼9000원으로 인상, 고교 무상교육, U턴 기업 경제특구 등을 발표했다. 대부분 연간 조 단위 예산이 필요한 공약들이다. 그러면서 총선 공약집에 공약가계부는 아예 싣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세금 얘기도 쏙 뺐다.

새누리당은 10대 공약에 대해서만 2017년부터 4년간 4조3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마저도 ‘국민의 추가 부담은 없다’고 공언했다. 전체 공약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56조 원이 필요하다고 뭉뚱그려 밝혔다. 증세 등 재원 확보 방안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미래 자원을 빚으로 끌어쓰지 않는 한, 증세 없는 복지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더민주는 공약집에 공약가계부를 싣고 2017∼2021년 총 147조9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평균 29조7000억 원이 필요한 셈이다. 이를 위해 매년 재정개혁으로 17조4000억 원, 조세개혁을 통해 13조7000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법인세를 2%포인트 인상해 25조 원을 더 거두고, 이와 별도로 국민연금을 활용해 50조 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 일부를 활용해 공공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을 여기저기서 쓰기 시작해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될 경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탈퇴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부작용이 우려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은 “2014년 기준으로 법인세 2%포인트 인상 시 매년 4조5000억 원의 세수입이 증가하지만, 투자가 1조3000억 원 줄고 고용이 6만 명 감소하는 등 4조9000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가 덜 된 국민연금과 법인세 인상으로 전체 재원의 절반을 채워넣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은 공약실현을 위한 재원으로 5년간 46조2500억 원을 잡았다. 국민연금 기금과 건강보험재정을 활용하고, SOC 등 세출예산을 조정해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이태흠 정책국장은 “SOC 세출 자연증가분이 연 15조∼20조 원에 달한다. 일부 지역 민원만 조정해도 10조 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노인장기요양보험 확대 등에 건강보험재정 3조5000억 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매니페스토 본부는 “건강보험재정은 사회적 합의 없이 정치권이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 공약 실현을 위해 총 38조3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 평균월급 300만 원·최저시급 1만 원 등의 대표 공약실현은 대부분 개별 기업의 몫으로 넘겼다. 재원확보를 위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사내유보금 10% 할증과세 등도 사회적 합의가 요원하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