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어 대부분 일제 잔재 … 우리말 ‘치안’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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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연구 ‘한국경찰史’ 집대성…‘총경 출신’ 김형중 교수

“경찰, 경찰서장, 경무관, 파출소, 지서 등의 용어가 모두 일제 잔재용어로 중국의 ‘공안’처럼 우리도 ‘치안’ 등의 용어로 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총경 출신의 교수가 한사군 시대부터 삼국·고려·조선 시대를 거쳐 현대까지 한국 경찰역사를 처음으로 집대성한 책을 출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형중(64·사진) 부산외국어대 법·경찰학부 교수로 무려 930쪽 분량의 ‘한국 경찰사’(박영사)가 그것이다.

김 교수는 “각 시대의 경찰 조직·역할 등이 각종 문헌, 역사서 등에서 한 줄씩 극히 단편적으로 거론될 뿐 일관되고 체계적인 연구서가 없어 소명의식을 느꼈다”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김 교수는 37세 때 신임 순경을 배출하는 중앙경찰학교 교수계장직을 하면서 이 같은 필요성을 느껴 연구에 천착했지만 출간에는 27년이 걸렸다. 이 책에 나오는 각주만 3500개에 달할 정도로 한서지리지, 후한서 등 중국 고문서를 비롯, 각종 왕조실록, 문헌, 야사까지 사료만 5000여 개 이상을 비교 분석하고 새로운 사실까지 밝혀내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그는 “바쁜 경찰업무에다 이 같은 연구를 위해 하루에 3∼4시간만 자고 허리 수술을 3번이나 했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경찰’이란 용어는 1883년 일본에 의해 인천항이 강제개항된 직후 이곳의 치안조직에 이름이 처음 붙여지면서 폭넓게 사용돼 개선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경찰의 역사는 크게 보면 △고려 초기 금오위 △고려 중기 야별초 △고려 말~조선 초기 순군만호부 △조선 중기 의금부, 형조, 포도청 △근·현대 경찰 등으로 발전해 왔다고 그는 밝혔다.

김 교수가 밝혀낸 재미있는 내용도 많다. 그는 “역사상 경찰조직의 힘이 가장 막강할 때는 33개의 지방 경찰서(순포)까지 둔 고려 말∼조선 초의 ‘순군만호부’로 정적제압, 범죄수사, 치안을 담당하면서 권력의 전위부대 역할을 했다”며 “특히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은 순군만호부를 통해 정권을 잡고 유지했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오랜 옛날인 낙랑 등 한사군 때 도위, 현위, 유요, 정장 등을 두고 마을까지 경찰조직을 둬 선진화돼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삼국 시대에는 군이 경찰을 대신한 뒤 고려 초기(현종) 때는 구청장인 현령, 경찰서장인 현위가 공존하고, 조선 중종 때 포도청이 처음 생긴 사실도 밝혀냈다. 조선조 여형사인 ‘다모’가 전담기관인 다모간(茶母間)까지 두고 수사 단서 포착 및 수색, 부녀자 사체 확인에서부터 호화 혼수 등 미풍양속 저해 사범과 과부 보쌈(납치) 단속 등을 해왔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김 교수는 2008년까지 부산 주요 지역 경찰서장과 부산경찰청 형사·수사·정보과장 등 요직을 거치고 부산외대 교수로 임용돼 근무해 왔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