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내고도… 교도소 간 사람 한명도 없었다

작년 238건 판결 내역 첫 조사
집행유예·벌금·과태료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로 근절안돼” 분석

봄철 산불이 근절되지 않는 배경에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400㏊ 이상의 임야가 실화로 잿더미로 변했지만 검거된 실화자 가운데 실제 복역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징역형에 집행유예, 벌금형이 전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문화일보가 산림청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623건 중 실화자를 검거한 238건에 대해 일선 시·군과 함께 법원 확정판결 내역을 최초로 조사한 내용을 단독 입수한 결과에 따르면, 징역형 선고는 9건이었지만 모두 형 집행이 유예돼 실제 복역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산림 50~60㏊를 태운 실화자도 징역 4~8월에 집행유예 1~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나머지는 벌금형 83건, 과태료 43건, 기소유예 32건, 내사종결 27건이었다. 이밖에 훈방 등 기타 15건, 가해자 사망·자살 등에 의한 미검 7건이며 22건은 재판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산불 실화자에 대한 법원 판결을 처음 분석한 결과다.

특히 실화자의 80% 정도는 노인층으로, 실수로 낸 산불이란 측면을 감안해 너무 가벼운 처벌을 받기 때문에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 현행 산림보호법은 과실로 산림을 태운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허가받지 않거나 산림 인접지역(100m 이내)에서 불을 피우면 최고 12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산불로 모두 임야 418㏊가 탔으며 204억 원의 직접 피해액이 발생했다. 지난해 1월 영천에서 A(65) 씨가 버린 화목보일러의 재에서 난 불이 임야로 옮겨붙어 2.2㏊를 태워 30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냈다. 그러나 A 씨는 이 일로 기소돼 벌금 500만 원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A 씨가 낸 산불의 간접 피해액은 산림의 공익적 손실(대체 산림지 조성)과 헬기 및 공무원 출동 등 무려 1억4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산불예방 홍보에 주력하는 바람에 해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법을 개정, 다소 강하게 처벌함으로써 산불 방지 효과를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 역시 “나이 든 분들이 논두렁이나 농산폐기물을 태우다 불을 내는 것에 대해 무작정 법을 강화한다고 해서 지켜지지도 않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처벌은 현행법 범위 내에서 다소 강하게 적용해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천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