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지금>문화도시 발돋움하는 베이징… ‘798예술구’ 전세계 입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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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문화예술계도 적극 나서야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에 위치한 798예술구는 예술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국제적인 문화 공간이다. 차오양구는 고층빌딩과 외국 대사관이 주로 위치한 곳이자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해 현대적인 베이징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지난 주말 오랜만에 798예술구를 찾았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앤서니 곰리의 전시관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과 함께 특히 커다란 실내 공간에 물에 잠긴 톈진(天津) 폭발 사고 현장 잿더미를 전시한 인상적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존 레넌의 아내이자 세계적 전위예술가인 오노 요코(小野洋子)의 전시 등 곳곳에 볼 만한 전시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독일문화원 어학당에 들어가니 각종 독일 서적들과 신문이 잘 정리돼 있었다. 문화원 내 작은 영화관에서 독일 영화가 상영 중이었고 다른 한편의 회의실에서는 중국 희곡 작가의 강연과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옆 골목에 자리 잡은 덴마크 문화원은 국기도, 큰 간판도 없었다. 안에 들어가니 패션 업체와 사진, 그림, 조소 작가의 컬래버레이션 작품들이 세련미를 뽐내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레고 놀이방이, 다른 한쪽에는 영상물 상영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798예술구 곳곳에 신제품 갤럭시 S7 광고물을 설치했으며 팝업스토어 형식의 갤럭시 스튜디오도 눈에 띄었다. 다른 한쪽에는 현대차가 운영하는 갤러리도 있었다. 한국 기업체의 공간이 눈에 띈 것은 반가운 일이었으나 벤츠나 루이비통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퉈 대형 전시 공간을 운영하거나 거장들의 전시를 후원하는 것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남았다. 삼성전자의 팝업 매장 격인 갤럭시 스튜디오도 반갑긴 했으나 예술 공간에 녹아들었다기보다 상업성, 일회성 이벤트라는 점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주말이면 썰렁해지는 빌딩 숲 한가운데 위치한 한국문화원도 떠올랐다.

당초 군수 물자 및 중공업 생산 노후 기지였던 이곳은 예술가들이 모여들며 자발적으로 형성된 예술구인데 ‘소프트 파워 굴기’를 지향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하에서 세계적 문화 중심 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곳에 앞으로 20여 개국의 문화원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방침에 따라 베이징시 당국은 기존 입주 갤러리들의 수준을 엄격히 따져가며 갤러리들을 솎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을 관리하는 중국 국영기업의 자회사는 갤러리 재계약때 임대료를 5배로 올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따라 한때는 5∼6개까지 이르던 한국계 갤러리들은 순수 예술 갤러리는 남지 않았고 상업성 갤러리만 한 곳 남아있을 뿐이다.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발돋움하는 베이징에서 한국 문화·예술이 꽃필 수 있도록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