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民心혁명’ 이후>“고질적 대결문화… 3黨 선명성 경쟁에 국회 더 無力化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양승찬(왼쪽부터)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황정근 변호사, 차동욱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가 14일 문화일보 총선자문위원회 위원 좌담회에 참석해 4·13 총선 결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심판 그 후’ 긴급좌담… 정국 향배·대선구도 전망

[참석자]
황정근 변호사 /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양승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차동욱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

사회 = 박 민 정치부장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원내 제1당 지위를 잃고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고, 선거 패배에 주요 대선 주자들의 낙선까지 겹친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가 사퇴한 가운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어 20년 만에 3당 체제가 구축돼 야권 내 주도권 경쟁도 더 심해지게 됐고, 20대 국회는 원 구성 단계부터 기존과 전혀 다른 문법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일보는 14일 이번 총선의 의미를 짚어 보고 향후 정국의 향배, 내년 대선 구도 등을 전망하기 위해 문화일보 총선 자문위원회 위원 좌담회를 열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차동욱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 황정근 변호사, 양승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참여했고 박민 정치부장이 진행을 맡았다.

△박민 부장 = 이번 총선에서는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 원인은 무엇이고, 정치권은 민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권혁주 교수 = 정부 여당이든 제1야당이든 기득권의 횡포에 대해 국민이 강력한 징계를 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권이 분열되니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해서 공천을 권력 행사하듯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 됐지만 냉엄한 경고를 받은 건 마찬가지다. 야당에 대한 지지는 여당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더민주 역시 호남에서 심판을 받았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압승했지만, 안정된 지지라고 볼 수는 없다. 정치권은 유동적인 국민의 의사를 계속 추적하고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조화순 교수 =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이 돋보였다. 보수 여당의 전통적 지지계층이 이탈하면서 더민주나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당초 야권이 분열되고 국회가 안보현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한심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회 심판론이 설득력 있는 프레임으로 떠올랐다. 사실 19대 국회가 일하지 않는 국회였다는 건 국민이 공감하는 바다. 법안 1만7000여 건 중에 7000건만 처리했다. 역대에 그런 국회가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나 여당이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에 민심이 더 실망하고 등을 돌린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마케팅’은 수도권 표의 상실로 이어졌다. 특히 지역구 의원은 새누리당을 찍어도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교차 투표를 통해 국민이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권 교수 = 저는 공천 파동이 가장 직접적, 1차적 이유지만 박근혜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면서 설득이나 협력 없이 국회가 정부의 말을 100% 수용하기만 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부의 이 같은 독선적 태도에 대한 불만이 공천 파동을 촉매로 터져 나왔다고 본다.

△조 교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정부 비판으로만 가면 19대 국회가 무책임한 국회였다는 것을 희석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국회도 정부에 협조적이지 않았고, 생산적인 국회가 아니었다는 점은 짚고 가야 할 것 같다.

△박 부장 = 더민주도 자신들이 잘해서 제1당이 됐다고 생각하면 큰 착오일 것 같다. 국민의당 의석수나 더민주를 뛰어넘은 정당 지지율을 보면 기득권 정치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라고 봐야 할까.

△차동욱 교수 = 미국에서 의원은 민주당을 찍고, 대통령은 공화당을 찍는 ‘스플릿 보팅(Split Voting)’이 이번 한국 총선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사실 민주화 이후 국민은 여소야대 국면을 선호해왔다. 1987년 대선 이후 4당 체제가 만들어졌고, 정치권에서 공학적으로 민주자유당으로 합치니 뒤에 통일국민당이 등장했다. 노무현정부 중반까지 여소야대로 가다가, 노 전 대통령 탄핵 이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대거 당선되면서 여대야소로 간 것이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여대야소가 이어진 건 거대 여당 내에서 사람을 계속 바꿔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여당의 공천은 그조차 안 했다. 게다가 이번엔 ‘박 대통령 눈 밖에 난 사람은 찍어내는 식’의 공천이었다. 이에 실망한 국민이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야권 연대를 하지 않았지만, 국민이 야권 단일화를 해 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략적 투표가 보인다.

△황정근 변호사 = 선거구 획정에 따른 영향도 있다고 봐야 한다. 선거구 인구 편차가 3대 1에서 2대 1로 바뀌면서 수도권 의석이 늘었다. 장기적으로 인구 편차 1대 1까지 간다면 수도권 의석이 전체의 60%가 된다. 지도를 보면 온통 빨간색(새누리당)인데, 의석은 적다. 수도권이 과대대표돼 있다. 서울 노원구, 강서구 등은 한 구에서 국회의원 3명을 뽑는다. 헌법재판소가 잘못 결정했다. 독일, 일본, 영국의 예를 들어서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을 썼는데, 1대 1로 한 나라들은 대부분 상원이 있다. 상원으로 지역 대표성을 확보하고, 그다음 인구비례를 적용해야 한다.

△권 교수 = 국가는 국민과 국토를 기본적 구성으로 한다. 그런데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에서 대표자 1명,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에서 1명 뽑는 건 심각한 문제다. 국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영토를 너무 무시하고 있다.

△양승찬 교수 = 구(舊)정치를 답습하는 모델에 대해 국민이 강력히 저항하는 듯하다. 사람이 바뀌지 않고 계속 전문성이 아닌 친소관계에 의해 공천이 이뤄진다. 이런 행태가 재탕, 삼탕 되는 걸 지켜보는 데서 오는 염증, 저항감이 큰 것 같다. 슬로건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내걸지만, 정작 정치인이 국민에게 귀 기울이지 않고 기득권에 연연하고, ‘위’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면서 국민과 소통하지 못했다. 그 결과 선거 때만 지역구에 찾아오는 ‘거물’보다 오랜 기간 지역민의 의견, 민원을 잘 들었던 정치인들이 좋은 성과를 낸 선거였다.

△박 부장 = 새누리당에 비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적어도 뭔가 바꾸려 하는 모습은 보여줬다. 또 신3당체제 구축에는 국민의당이 수행해줬으면 하는 개혁적 기대감도 깔려있는 게 아닌가.

△양 교수 = 더민주는 문재인 의원이 대표직을 그만두고 총선에 불출마했다. 문 전 대표와 더민주는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최소한 보여줬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항상 정치를 바꾸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변화의 메시지는 전했지만, 실질적으로 뭘 바꿨는지는 아직 모른다.

△황 변호사 =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게 될 텐데. 미국 대법관 중에 그런 인물들이 꼭 나온다. 사안에 따라 이쪽에 붙기도, 저쪽에 붙기도 해서 결과를 바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이 합헌으로 결정이 난 것은 공화당 추천을 받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 덕이었다.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이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박 부장 = 여소야대 구도에 국회선진화법까지 있는데, 국회 운영은 어떻게 달라질까. 다수결 대의민주주의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국회선진화법에 원론적 문제 제기도 필요하다.

△황 변호사 = 헌재가 중요해졌다. 국회선진화법은 헌재가 5월 내에 위헌 여부 결정을 할 것 같은데. 이번 총선 결과를 보고 헌재도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을 겁낼 수 있다.

△권 교수 =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회가 일을 안 했고, 그래서 정부도 좌절했다. 하지만 여소야대가 됐으니 청와대와 정부가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정부가 정말 실용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이제는 정부가 야당을 설득해야 하고, 야당도 무조건적 반대는 무능함을 보여줄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건 국회와 정부가 잘 대화해 일을 하라는 것 아닌가.

△조 교수 = 3당 체제에서 국정 운영에 대화와 협상으로 간다는 건 낙관적이다. 우리 정치문화는 타협이 아닌 대결의 문화다. 특히 내년 대선이 있기에 야당들이 선명성 경쟁을 할 것이다. 3당 구도에서 양당 구도보다 오히려 국회가 더 무력화될 개연성이 크다. 그래서 국민의당 역할이 중요한데, 과연 안 대표가 당론을 하나로 틀어쥐고 갈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안 대표는 국회선진화법 폐기를 생각할 수 있더라도, 더민주 출신 의원들도 같은 생각을 할까.

“압도적 대선주자 없는 與野 …‘개헌론’다시 떠오를 가능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 부장 = 총선 결과 지역 구도 극복 징후가 나타났지만, 한편으로는 새누리당은 영남, 더민주는 수도권, 국민의당은 호남에 국한되는 신지역주의 체제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

△양 교수 = 어려운 문제다. 그동안 오래 공을 들였던 분들이 당선된 사례에서는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케이스로 볼 수 있지만 사실 무소속으로 나간 분들 중에 국민이 ‘저분은 좀 바뀌었으면’ 하던 인물들도 다시 당선되는 걸 보면 일반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징성을 갖는 정도에 그치는 것 아닌가. 이번 선거 결과는 지역주의의 해소보다는 중산층의 붕괴, 잘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좌절 등이 반영될 결과 아닌가 싶다.

△차 교수 = 더민주가 부산에서 성과를 내고 지역주의를 깨고 있는데, 국민의당은 오히려 지역정치를 부활시켰다.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구정치인들을 낙선시키고 호남을 석권했다면 몰라도, 정동영·천정배·박지원 등 옛날 정치인들을 복귀시켰다.

△황 변호사 = 기존 지역 구도가 깨지는 곳은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언젠가는 수도권처럼 서로 나눠 가지는 때가 올 것이다. 그런데 경북을 보면 아직 멀었다. 지금 당선된 이들은 개인의 인물이 뛰어났거나, 상대방이 공천을 잘못했거나 거만했거나 여러 요소가 복합된 것이다. 부산은 그래도 공장지대가 있어서 인구 구성상 호남 출신이 30%인 곳도 있는데, 경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대구·경북에서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 일변도 추세는 바뀔 수 있다. 이 구도를 깨기 위해 새누리당에서 2명을 공천해 유권자가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본선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권 교수 = 지역 구도가 안 깨졌지만 깨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현재의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면 다시 지역 구도로 돌아가는 건 언제든 가능하다.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중대선거구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대안을 찾는 것도 선도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황 변호사 = 소선거구제에선 전국적 인물이 당선되기 어려워진다. 지역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된다. 소선거구제는 거물을 못 만드는 제도다.

△조 교수 = 선거법 개정을 생각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 국가적 어젠다가 없었다. 공약도 지역 민원 해결 수준이었다.

△권 교수 = 이번 총선은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고 지방의원 선거 같았다. 국회의원은 지역에서 뽑는 나라의 대표이지 지역만의 대표가 아니다.

△박 부장 = 3당 체제에서의 차기 대선 구도를 전망한다면.

△황 변호사 = 눈에 띄는 대권 후보들이 많이 사라졌다. 반면 뜬 인물은 김부겸·유승민 당선인 정도다. 이렇게 ‘도토리 키재기’ 형국이 되면 개헌을 해서 권력을 나누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1987년 체제가 내년이면 30년이다. 헌법이 개정 없이 30년을 간 게 처음이다. 그동안 단임제 대통령 6명이 지나간 셈인데, 한 사람에게 권력을 다 주는 건 위험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5년 단임제는 아니라는 공감대가 생기면,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나누는 이원집정부제가 이상적일 수 있다. 개헌에 대해서만은 여야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어차피 되는 것도 없는데 권력구조 개편론을 치고 나가면 판을 흔들 수 있다. 압도적 주자가 없기에 개헌론의 가능성이 있다.

△차 교수 = 여당은 과반을 달성했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데려오면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 대통령에게는 외교만 맡기고 내치의 실권은 친박(친박근혜) 총리가 갖는 구상을 했을 거다. 그런데 제1당 지위도 무너지면서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올 이유가 없어졌다. 국민의당 안 대표는 호남 지역당 대표로 한계가 있다. 수도권에서 더민주가 패했다면 문 전 대표도 아웃되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대표가 주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수도권 압승으로 문 전 대표도 살아있는 후보다. 오히려 손 전 대표는 정계복귀 공간이 좁아졌다. 다만 박 시장은 다시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 어쨌든 야권은 후보가 많아서 경쟁하면서 이벤트 효과도 있을 것이다.

△조 교수 = 결국 정당 내에서 세력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대선 주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본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들이 어떻게 결집하느냐에 따라서 구도가 만들어질 것 같다. 친박에서는 아직 가시화된 주자가 안 보인다. 더민주는 당분간 김종인 대표 체제가 유지되겠지만 문 전 대표가 우아하게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더민주 내에는 대안이 없다. 김부겸 당선인은 세대교체, 지역 구도 타파를 주도한 상징성이 있지만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 결국엔 시대가 요구하는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인물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권 교수 = 지금까지는 대통령 후보의 과거 경력을 갖고 싸웠다. 산업화 역군이냐, 민주화 투사냐. 앞으로는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복고투표라면 대통령 선거는 미래에 대한 투표다. 그럼 도대체 미래가 뭔가. 경제적으로 성장했으나 국민은 불안하다. 복지, 포용적 경제, 배분이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기회다. 우리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같은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 이번 총선에서 3당 구도로 절묘하게 국민의 의사가 표현됐지만, 굉장히 유동적이다. 누가 유리하고 불리한지 알 수 없다. 여러 아이디어를 갖고 대권 경쟁을 해서 국민에게 선택지를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 부장 =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란 평가를 받았다. 새로 출범할 20대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차 교수 = 국회선진화법이 계속 거론되는데, 그 법을 만든 취지가 정당끼리 대화도 하고, 대통령이 야당을 파트너로 보라는 것이다. 뜻대로 일이 안 풀리니까 국회선진화법이 문제라고 하는데, 이제는 여소야대가 돼서 국회선진화법 핑계를 댈 이유도 사라졌다. 행정부는 효율성이 중요하지만, 의회는 대화, 숙고가 필요하다. 심의 민주주의의 영역이다. 각 당이 그런 자세로 국회에 임했으면 좋겠다.

△조 교수 = 선명성 경쟁이 아니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집권도 할 수 있다.

△권 교수 = 국회가 권한만큼 책임을 가졌으면 좋겠다. 국회 스스로 특권을 줄이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비서, 자동차 등 국회의원 1명에게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좀 줄였으면 좋겠다.

△양 교수 = 국민과 공감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국회다. 국민이 원하는 리더십의 가장 큰 부분이 공감인데, 국민이 뭘 원하는지 제대로 모르면서 정치는 이런 거라고 강요하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 리더십도 마찬가지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나올 때 지지를 받을 것이다. 정당들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함께하는 국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황 변호사 = 제가 19대 국회에서 느낀 게 있다. 법안은 의원 입법, 정부 입법이 있다. 그런데 의원 입법 1만여 건 중 사실 통과되지 않는 편이 더 좋은 게 많다. 정부 입법을 통과시켜주지 않는 게 문제다. 정부 입법은 대개는 정부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게 많고, 또 그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 차관회의, 국무회의, 입법예고를 거치고 의견 수렴하고 관계부처가 다 합의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정부 법률안은 그렇게 건수가 많지 않다.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우 모두 928건이 계류 중인데 그중 정부 발의 법안은 40건밖에 안 된다. 이 법안들이 19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 전부 폐기된다. 내용을 하나하나 보면 의미 있는 법안들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스토킹 방지법, 임대차 분쟁 조정위원회, 중재산업진흥법, 범죄피해자 보호법 등이다. 지금 예산안은 12월 3일이 되면 무조건 통과해주지 않나. 돈과 법이 없으면 정책을 못 펴는데, 돈은 통과돼도 법은 통과가 안 되고 있다. 정부 입법이라고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부결시키든지 통과시키든지 우선 심의를 했으면 한다. 지금은 아예 심의조차 안 한다. 20대 국회에선 이런 모습이 정말 달라져야 한다.

△권 교수 = 미국은 정부에 법안 발의권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책학에서 어떻게 보냐면, 의회가 법률을 제정하는 게 아니라 승인하는 걸로 본다. 모든 내용은 정부에서 만들어진다. 의회의 기능은 어젠다를 던지는 것이다. 국민에게 어젠다를 받아서 문제를 제기하면, 그에 대한 대안은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안이 바로 법률이 될 수는 없다. 대안을 국회가 다시 심의해서 승인하거나 거절하거나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의원 입법은 어젠다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대안을 국회가 직접 만드니까 문제다.

△박 부장 = 국회의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면.

△양 교수 = 국민이 참여하는 공간을 제도화하는 방법은 많다. 커뮤니티를 온라인상으로도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자기 전공 영역을 살리고, 단순히 지역사회 민원에 기초하는 게 아니라 거시적 차원에서 공통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육아나 아동보호 등에서 국민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조그마한 공청회도 활성화했으면 좋겠다.

△조 교수 = 전자 국회를 활성화했으면 한다. 전자 정부는 잘돼 있다. 정말 듣는 게 많아졌다. 게시판도 많이 늘고 발전했다. 그런데 국회는 가장 후진적이다. 국회방송도 마찬가지다. 일방적 전달만 있을 뿐이다.

정리 = 김성훈·유현진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