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야반도주” vs “최경환 2선후퇴”…총선책임론 ‘충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20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에서 당선인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與 워크숍 격돌 “金, 총선 참패했는데 무책임”, “崔, 삭발·삼보일배하라”
김무성 등 12명 아예 불참…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언급 피해
당선인 일동 ‘반성과 새출발’ 결의문 채택…“네 탓 말고 내 탓”

4·13 총선에서 참배한 새누리당은 26일 반성과 새 출발을 다짐하기 위해 당선인 워크숍을 열었으나 선거 참패 책임론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나오면서 자성의 목소리는 파묻혔다.

당 전략기획본부가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공천 과정의 문제점, 경제·민생 악화, 홍보 실패, 부실한 여론조사, 공약 혼선, 정부 출범 후 잇따른 재보선 승리 등 6가지를 꼽은 가운데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놓고 계파 간 충돌 양상을 보인 것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용태·황영철 의원과 이종구 당선인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특히 이 당선인은 워크숍 비공개 세션 자유발언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실세’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비판했다.

이 당선인은 “민심을 추스르고 반성하는 걸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선 결국 누군가 책임지고 철저하게 반성해야 하는데, 그 중심에 ‘친박 후보 감별사’인 최 의원이 있다”며 “(낙선한) 박종희 전 의원처럼 삼보일배를 하든지, 삭발이라도 해라. 뭔가 진정성 있게 책임 통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친박계를 겨냥해서도 “나서지 말고 2선 후퇴하라. 나서봐야 되지도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뿐만아니라 탈당한 친박계 윤상현 의원을 두고도 “윤 의원이 복당하든 말든 국민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국민이 관심 있는 건 (‘막말 파문’ 당시) 대화를 누구하고 했느냐”라며 이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윤 의원의 복당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판에 최 의원은 즉석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워크숍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도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지금 말씀드리면 또 ‘네 탓, 내 탓’ 하고 싸움이 된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최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태흠 의원이 이 당선인의 비판에 맞서 상향식 공천을 고집하고 ‘옥새 투쟁’을 벌인 김무성 대표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모내기를 할 때도 기계가 닿지 않는 데는 손으로 하는데, 전제조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상향식 공천을 당론이라고 밀어부쳤다. 그게 얼마나 우매한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역 기득권을 유지하는 (상향식) 공천에 틀린 여론조사를 갖고 후보를 선정한 거 아니냐”면서 “(선거가 참패로) 끝나고 난 다음 당 대표로서 얼마나 무책임했나. 야반도주한 거 아닌가”라며 김 대표의 행동이 무책임했다고 비난했다.

또 친박계의 책임론을 앞장서 제기한 ‘혁신모임’을 두고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상처가 난 당에 총질하는 꼴이지 무슨 쇄신이냐. 그거 주도한 ‘쇄신파’는 18대 국회 말에 ‘국회 선진화법’을 주도한 사람 아니냐”며 혁신모임에 참여한 황영철 의원 등에게 역공을 폈다.

김 의원이 정조준한 김무성 대표는 이날 워크숍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불참자는 김 대표를 포함해 12명에 달했다.

‘반성문’을 쓰려고 모인 자리에서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원유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안고 있는 계파정치를 극복하고, 국민을 중심에 두고 오로지 쇄신하자”며 “이제 친박·비박은 없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이에 김재경 의원은 “두 사람(김무성·최경환) 다 분명히 책임이 있다. 다양한 책임론도 제기돼야지, 그걸 갖고 우리가 싸운다고 생각하고 피해갈 필요는 없다”며 책임론을 덮고 넘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도 “우리 모두의 책임인 건 맞는데, 모든 사람의 책임을 묻되 경중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오찬을 포함해 약 4시간30분 동안 열린 워크숍은 시종일관 긴장감이 흘렀다.

앞서 진행된 공개 세션은 언론을 의식한 듯 당선인들이 앞다퉈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서 152명의 당선인을 배출, 원내 과반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당시 대선을 앞두고 열린 ‘국민행복실천 다짐대회’에서 “국민의 과분한 사랑과 지지로 원내 1당을 유지하게 됐다”며 대선 승리를 외쳤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당선인들은 국민의례 직후 카메라 앞에서 일제히 고개를 숙였으며, 워크숍을 마칠 때 “새누리당은 통렬한 반성을 하며, 국민의 입장에서 당을 쇄신하고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원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당의 지도부로서 책임이 가장 큰 저부터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현역 최다선(8선) 자격으로 인사말을 한 서청원 의원도 “지도부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자아비판’을 했다.

다만, 시·도별 당선인을 소개할 때 ‘불모지’인 전북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정운천 당선인(전주을)이 혼자 나오자 좌중에서 “제일 낫다”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전남의 유일한 당선인(순천)인 이정현 의원의 소개 때도 박수 소리가 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