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HOT vs 젝스키스, 도전과 응전의 연속

원조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의 이름이 연일 포털사이트 뉴스난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를 향유했던 30∼40대는 열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설’로만 듣던 10∼20대는 호기심을 갖고 이를 지켜보고 있죠.

HOT와 젝스키스가 한국 가요계에서 갖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전문 매니지먼트의 주도 아래 등장한 첫 기획형 아이돌이었기 때문이죠. 두 그룹이 있었기에 지금의 동방신기, 빅뱅, 엑소, 소녀시대가 존재할 수 있었고, K-팝이 전 세계를 무대로 하나의 장르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고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말했습니다. 이는 가요계의 역사도 예외가 아니죠. HOT가 등장하자 젝스키스가 나왔고, SES에 맞서는 핑클이 론칭됐죠. 동방신기 vs SS501, 빅뱅 vs 엑소가 그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각 시기를 풍미하는 아이돌 그룹 뒤에는 그들을 만드는 이들이 있습니다. “걔 삼성 다녀”라는 한마디가 한 사람의 많은 것을 설명해주듯 “걔 ○○ 신인이야”라는 소개가 많은 것을 말해주는 시대입니다. ‘가요계의 삼성’은 단연 SM엔터테인먼트(SM)죠. 권불십년이라 했는데 창립 20주년을 맞은 SM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이 지나도록 정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1등인 SM이 HOT와 동방신기를 내놓으면 벤치마킹의 달인인 대성기획(현 DSP미디어)이 젝스키스와 SS501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였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젝스키스가 MBC ‘무한도전’을 통해 다시 뭉쳤고 콘서트도 준비 중입니다. 원 소속사였던 DSP미디어가 이들을 아우를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YG엔터테인먼트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죠. 지난 22일 양현석 프로듀서가 젝스키스 멤버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젝스키스의 멤버 이재진이 양 프로듀서의 아내인 이은주의 오빠라는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이 미팅은 가요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젝스키스의 컴백과 함께 HOT의 재결합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죠. SM의 수장인 이수만 프로듀서가 최근의 상황과는 별개로 지난 2월 HOT 멤버들과 만나 회포를 풀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며 HOT의 컴백을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HOT가 돌아온다면 그 주체는 멤버 강타가 임원진으로 몸담고, HOT의 상표권을 갖고 있는 SM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젝스키스는 YG로 배를 갈아탈 가능성이 높죠. 물론 두 팀의 활동이 예전처럼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SM vs 대성기획’에서 ‘SM vs YG’의 구도로 HOT와 젝스키스가 다시 활동한다면 이보다 더 흥미로운 ‘싸움구경’도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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