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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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직무정지
지카 바이러스에 치안 불안·경기장 공사 지연

리우올림픽 D-99

오는 8월 개막 예정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개최국 대통령 ‘부재’ 중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28일(한국시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지우마 호세프(사진)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측근들에게 연방대법원의 탄핵 심판에 따라 직무가 정지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상원은 지난 25일 의원 21명으로 이뤄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갔으며, 10일가량 심의와 토론을 한 뒤 탄핵 의견서를 채택한다. 전체 회의 표결에서 81명 의원 가운데 41명 이상이 찬성하면 연방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탄핵 심판이 진행되며, 이와 동시에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는 최대 180일간 정지된다. 호세프 대통령은 2018년 말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개최국 수반이 올림픽 개회 선언을 하지 못하는 의전상의 큰 ‘하자’가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탄핵으로 인해 민심은 더욱 악화하고, 치안도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의 정상 개최를 낙관할 수 없다.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에서 발생한 범죄로 432명이 사망했다. 대형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 2∼3일엔 리우데자네이루시 근처 마제 지역에서 시위대가 버스 12대에 불을 지르고 상점과 은행을 약탈했고, 4일에는 리우데자네이루 북부 아카리 빈민가에서 경찰과 마약밀매조직 간 총격전으로 5명이 사망했다. 올림픽 기간 중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보건 관리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가 브라질 북동부에 이어 남동부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에 의하면 3월 말 기준으로 상파울루주와 리우데자네이루주, 이스피리투산투주, 미나스제라이스주 등 남동부 지역에서 지카 바이러스 의심사례가 6500여 건이나 발생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 신종플루(H1N1)까지 확산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보건부에 따르면 ‘H1N1 바이러스 A형’으로 지난 2개월간 브라질에서 46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기장이 제대로 완공될지도 의문이다. 벨로드롬 공사 지연으로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이던 사이클 테스트 이벤트가 취소됐다.

일부 경기장은 건설업체가 뇌물 사건에 연루돼 예산 투입까지 중단됐다. 브라질 연방 법원은 지난 3월 30일 데오도루 지구 경기장 공사에 투입될 예산 1억2850만 헤알(약 413억 원)의 지급 유예 결정을 내려 공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1월엔 테니스 경기장과 승마 경기장 공사가 늦어져 리우데자네이루시가 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림픽 개막을 99일 남겨놓고 전체 750만 장의 입장권 중 팔린 건 62% 수준에 그친다.

브라질이 역대 최악의 경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게 티켓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3.8%로 25년 만에 최저였다. 2014년 2분기부터 7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투자는 7분기 연속, 민간 소비는 4분기 연속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을 -3.5%로 예측했다. 브라질 재무부는 연방의회에 보낸 올해 예산 수정안에서 966억 헤알(약 31조500억 원)의 재정수지 적자를 예상했다.국내총생산(GDP)의 1.55%에 해당하는 적자 규모로, 애초 목표치(0.5%)의 3배를 넘는다.

경제난에 대형 스캔들, 정국 불안, 보건 관리 부실, 올림픽 준비 차질 등으로 인해 남미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은 브라질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