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유머>우리 이제 그만 헤어집시다

오늘 저는 당신과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그리고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만 삭여왔던 불만을 다 토로하겠습니다. 당신은 정이라고는 병아리 눈곱만큼도 없는 냉혈한이지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아실 것입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구멍’ 앞에서는 겸손할 줄 알아야 골프도 뭐도 다 즐겁다는 것과 또 ‘연설은 짧을수록 좋고 퍼팅은 길수록 좋다’는 말을 신념으로 알고 살아왔습니다. 예로부터 ‘새벽에 거시기 서지 않는 놈에게는 돈도 꿔주지 말고, 퍼팅이 짧은 놈한테는 딸도 주지 말라’는 말을 신줏단지 모시듯 살아왔습니다.

당신도 기억할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는 동이 트기 전에 만났습니다.

주위는 먹물을 뿌린 듯 어두운데 당신과 내가 있는 곳만 수은등 불빛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 동그란 불빛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했습니까.

그렇게 당신을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수고대하던 싱글을 만들어주기는커녕, 당신은 제 얼굴에는 기미를 주었고 팔에는 엘보라는 병을 옮겨주었습니다.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더라도 결코 돌아오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