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지정체계 55년만에 바꿀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11일 경복궁 집옥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문화재 지정분류 체계에 대한 새로운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본 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곽성호 기자 tray92@

나선화 문화재청장 인터뷰

분류체계 기본부터 다시 검토
연구 공청회 열고 거시적 조정

국보1호 교체 동의할수 없어
문정왕후·현종어보 올해 환수
궁중문화축전 성공적 마무리

국보, 보물, 사적 등 국가 문화재에 대한 관리체계가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1961년 이후 55년 만에 큰 폭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은 올해 초 재점화된 ‘국보 1호’ 교체 논란에 대해서는 ‘현행 유지’ 방침을 세웠으나, 문화재 지정과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연구에 착수했다.

나선화(67) 문화재청장은 11일 경복궁 집옥재(集玉齋·고종의 서재)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보 1호인 숭례문(남대문)을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으로 바꾸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지정번호는 문화재의 서열이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제도 자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면서 “문화재에는 국가지정과 비지정이 있으며 이에 따라 관리 주체가 달라 혼선이 많다. 문화재의 지정과 분류에 대한 체계를 기본부터 다시 검토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국보 1호 교체 논란 등을 계기로 지난 2월 말 ‘문화재 지정분류체계 개선 기초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지난해 말 ‘지정번호 제도 개선 연구’ 용역이 국보 번호 지정에 대한 ‘미시적’ 관점이었다면 이번엔 ‘거시적’ 차원이다.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이 용역을 맡았다. 기간은 9개월. 문화재청은 오는 11월쯤 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라 공청회를 거쳐 문화재 개념 정리, 번호 지정 또는 폐지 여부 등 기본 체계를 다시 손볼 계획이다. 나 청장은 “문화재는 사람 같은 유기체다. 성급해서는 안 된다.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보 1호 교체 논란은 1996년부터 시작됐다. 지정 번호가 마치 문화재의 상대적 가치로 인식된다는 지적과 함께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 때문이었다. 2005년에도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관리 체계 개편이 추진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어 지난 1월 문화재제자리찾기 등 시민단체가 “국보 1호를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변경해달라”는 건의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나 청장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 임시 물막이 설치, 국외 문화재인 문정왕후·현종 어보 환수, 제2회 궁중문화축전 등 문화재청의 현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나 청장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임시 물막이 설치를 위한 1차 모형 실험에서 누수가 발견됐다. 5월 초로 예정됐던 2차 실험이 두 달 정도 연기됐다. 최종 검증 후 문화재위원회에서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 울산시와 함께 수문 설치, 생태제방 등 기존에 논의됐던 모든 방안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환수될 예정이었던 문정왕후·현종 어보는 “올해 안에 환수”를 장담했다. 어보는 왕실의 혼례나 책봉 등 궁중의식에 사용된 도장을 말한다. 나 청장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다. 외교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환수될 것이다. 한국전쟁 때 불법 유출된 이후 66년 만에 돌아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린 궁중문화축전에 대해서는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축전에는 관람객이 지난해보다 약 57% 늘어나 71만 명이 넘어섰다. 궁궐의 역사와 가치를 함께 누리는 국민적 축제로 관심을 모았다. 궁궐의 문화와 생활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소주방 시식공감’ ‘경회루 야간음악회’ 등 30여 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나 청장은 “문화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최선의 보존정책이라는 문화재청의 의지를 보여준 축제였다”며 “문화재 훼손이나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을 철저히 하며 진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국민에게 문화재의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