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4차산업 현장을 가다>美·英 ‘드론 규제’ 완화… 우리보다 1년 앞서 시행

속도·무게 등 법령 간소화

무인기의 대표격인 드론이라고 하면 규제가 떠오를 정도로 우리나라 드론 관련 법률 조항과 규제들은 현실 산업 및 기술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선제적인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9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등 관련 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드론에 대한 포괄적 규제와 사전 허가를 엄격하게 요구하던 미국의 완화 기조가 드론 규제 해소에 분수령이 됐다. 2015년 2월 발표된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상업용 드론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드론 규제안 공고’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소형 드론의 상업적 활용 기준을 대폭 완화해 최고 속도 100마일(161㎞/h) 미만으로 비행, 적재 용량 55파운드(25㎏) 제한 등으로 법령을 간소화했다. 그러나 25㎏ 이상 대형 드론에 기존 사전허가제가 적용되는 이 수정 규제안에 대해서도 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FAA는 다시 한번 완화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이어 2015년 3월 유럽항공안전기구(EASA) 역시 ‘드론 규제 가이드라인(Concept of Operations for Drones)’을 발표했다. 500g 미만의 소형 드론부터 민간 항공기 수준의 대형 드론까지 모든 드론에 대한 규제 사항을 포괄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명확한 규제 기준을 수립해 드론 사업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개방적 항목, 구체적 항목, 인증이 필요한 항목으로 구분해 상황에 따라 위험성의 정도를 달리 보고 적합한 절충안을 내놓는 식이다. 개방적 항목이 적용되는 500g 미만의 드론에 대해서는 안전 및 안보 위협 우려가 있는 공항, 군사 지역 등에서만 고도 150m를 넘는 비행을 금지하는 최소한 규제만 가하고 일반 항공기 수준의 드론 운용은 인증이 필요한 항목으로 분류해 민간 항공기 수준의 면허 취득을 요구하기로 했다. 특히 인증이 필요한 항목은 기존 어느 국가에서도 명시되지 않은 규제 항목으로 드론을 민간 항공기 분야까지 포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KEIT 측은 설명했다.

KEIT 관계자는 “미국에서 2014년 6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한 소형 드론과 항공기의 충돌 위험 발생 건수가 25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드론 대중화에 따른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스타트업 등 소규모 사업자의 진입을 지나치게 막지 않으면서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