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80억, 1조원 실은 현금수송차 1250대 태평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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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사상 최대 ‘현금수송작전’

본관·별관 개보수 3년간
태평로 삼성 본관에 전세
내년 6월쯤에 입주 예정

지하금고 방출 前 신권 등
강남지점으로 이송 방침

‘한국은행 지하 금고 내 현금 약 10조 원. 현금 수송차 1대에 실을 수 있는 현금 80억 원. 총 1250대의 ‘현금 보따리’가 서울 시내 도로를 달린다?’

한은이 건물 개·보수를 위해 내년 6월쯤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본관을 떠나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으로 입주키로 하면서, 첩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막대한 규모의 현금 수송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서 삼성 본관까지의 거리는 약 1㎞로 차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한은에 보관돼 있는 현금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강남본부 등 수도권 내 지역본부로 옮겨질 예정이어서 특별 수송 작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일 한은이 화폐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구관 지하에는 약 10조 원의 현금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폐는 시중에 방출하기 전인 신권이거나 회수해서 일시 보관 중인 미발행 화폐다.

10조 원대 현금을 1만 원권으로 환산할 때, 이를 시중에서 현금 수송차량으로 많이 쓰이는 스타렉스 차량으로 옮긴다고 가정하면 총 1250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폐를 포장하는 단위에는 ‘소속’과 ‘대속’이 있는데 소속은 지폐 100장짜리 한 묶음을, 대속은 소속 10개를 묶어 벽돌 크기로 포장한 것을 말한다. 스타렉스 한 대에는 700∼800대속의 지폐를 실을 수 있다. 이에 따라 1만 원권으로는 최대 80억 원, 5만 원권으로는 최대 400억 원의 현금 운송이 가능하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은은 최대한 안전하고 비밀스럽게 현금을 옮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강남본부로 실어 나른다고 해도 차로 약 30분(10㎞)이 걸린다. 한은 관계자는 “평시에도 현금을 운송할 때는 자체 경비 인력이 붙고, 필요할 때에는 경찰의 지원도 요청한다”면서도 “언제, 얼마 동안, 어떤 방식으로, 어느 곳에 현금을 보관할지는 기밀 사항”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2년에는 한은 제주본부가 신축 건물로 이사하면서 1000억 원대의 현금을 이동시키기 위해 무장경찰의 철통 보안 속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수송 작전을 펼친 바 있다.

한은은 삼성 본관으로 이주한 이후 3년간 본관과 별관의 개·보수 공사를 진행해 오는 2020년 제자리로 돌아올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변에 고층 호텔이 들어서면서 한은을 오가는 현금 수송차량의 경로가 노출돼 보안상의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며 “지하 통로를 만드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