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린 케이블카 환경훼손 우려도 풀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견 건설업체 아이에스동서 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가 부산 광안리 앞바다에 설치키로 한 케이블카 조감도. 케이블카 노선 길이는 4.2㎞로, 업체 측은 세계 최장 해상 케이블카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업자-환경단체 곳곳 충돌

대구 팔공산 갓바위 1.3㎞… 신청서 제출에 시민단체 반발
부산 광안리 바다 위 4.2㎞… “명소 될 것”vs“난개발” 팽팽
지리산·설악산·신불산 등도 대립에 보류·재추진 ‘몸살’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한 케이블카사업 추진을 두고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케이블카 설치를 사실상 민영화해 민간업체 단독으로 추진토록 법령을 개정키로 하면서 민간업체에서 잇달아 사업 신청을 하고 있지만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반발이 불거지고 있어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규제 완화보다 높은 벽, 환경단체 반발 = 3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대통령 주재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고 중앙 정부와 지자체, 민간업체가 공동으로 했던 케이블카사업을 민간이 독자적으로 추진토록 규제를 없애고 오는 8월 산지관리법 등 관련 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대경문화관광개발은 최근 대구 팔공산도립공원 내 갓바위(보물 제431호) 부근 1.3㎞에 걸쳐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공원계획변경 신청서를 대구시에 제출했다. 업체 측은 하루 최대 5400여 명이 탑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인근 상권 활성화는 물론 갓바위를 찾는 노약자와 장애인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중견 건설업체 아이에스동서 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는 부산 광안리 앞바다를 지나는 4.2㎞ 구간에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부산시에 제안했다. 업체 측은 부산시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허가가 나면 내년 8월쯤 착공해 2019년 말쯤 완공할 계획이다. 또 업체 측은 연간 300만 명의 관광객이 이용해 부산 최대의 관광 명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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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일고 있어 추진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측은 “갓바위 문화재와 소중한 자연 유산이 훼손될 것이 뻔하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환경단체들은 “천혜의 환경과 경관을 자랑하는 광안리 바다가 개발 광풍 앞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 케이블카 추진도 난항 = 경남도는 지난달 31일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함양군 마천면 추성리를 잇는 총 길이 10.6㎞ 구간 케이블카 재설치를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경남도는 자연공원법 등 관계 법령을 준수하면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노선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리산권의 수려한 경관을 살리고 거함산 항노화 휴양체험지구, 함양 산삼휴양밸리, 산청 동의보감촌 등과 연계해 산악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지리산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남과 전남·북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들은 조만간 협의회를 갖고 경남도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재추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원도와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 역시 지난해 8월 환경부가 승인했으나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설악산이 유원지로 전락해 정상 부근부터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울산시와 울주군의 신불산 케이블카사업과 전남지역 산악케이블카 사업도 환경단체의 반발로 노선이 전면 재검토되거나 보류되고 있다.

경남 거제시는 연간 1000만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학동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민간업체의 착공 연기로 삐걱거리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케이블카 사업은 경제 활성화 관점이 아니라 갈수록 증가하는, 등산로 등을 이용하는 탐방객으로 인한 자연환경의 직접적인 피해를 분산해 보존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