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4차산업 현장을 가다>세포 활용해 면역질환 치료… ‘항체 복제약’ 세계 첫 개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셀트리온 생명공학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세포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 ⑥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 ‘램시마’ 세계 주목
美 등 72개국 판매 허가받아
한미약품도 ‘랩스커버리’ 수출

세계시장 2019년엔 27조원
“국내 제품 해외진출 뒷받침”
산기평 등 투자·지원 ‘성과’

지난 5월 31일 바이오시밀러 (생물학적 복제약품) 분야의 선두업체인 셀트리온의 본사를 찾았을 때 청년 여러 명이 각이 잘 잡힌 정장을 입고 긴장된 표정으로 줄지어 로비에 들어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면접을 앞둔 입사지원자들의 모습이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신입사원을 수시로 뽑고 있다”고 귀띔했다. 바이오시밀러는 대규모 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 중요하므로 16만5289㎡(5만 평)가 넘는 부지에 세워진 공장을 골프장에서 주로 쓰는 카트를 타고 이동하며 둘러봤다. 셀트리온은 이 공장에 시설을 증설하고 신규로 제3공장도 지어서 현재 연 14만ℓ의 생산 능력을 31만ℓ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세계적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업인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30만ℓ)을 넘는 규모다. 제조업 위기로 인한 구조조정과 청년실업 문제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상황과 대비되게 해외로 진출하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블루오션 산업의 희망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이오 기술, 4차산업 혁명의 관건 =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 항체, 유전자 등을 활용한 의약품을 말한다. 바이오시밀러는 이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일반적인 화학 성분의 합성 의약품(제네릭)과 달리 분자량이 크고 구조가 복잡해 100% 똑같은 제품을 만들 수 없어 ‘복제약’이 아닌 바이오시밀러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바이오의약품 중에서도 2세대인 항체 바이오의약품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우리 몸이 자신의 항원에 대해 항체를 만들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한다. 예를 들어 뇌에서 면역신호를 전달하는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그 사이토카인이 면역세포를 과도하게 불러내는 역할을 못 하게 중화시킨다. 이 항체바이오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세계최초로 개발한 것이 국내 기업인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맵)는 류머티즘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염증성 장 질환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한다. 램시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는 등 총 72개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바이오시밀러는 세포주개발-배양-정제-완제-동물실험-임상시험-허가 등의 단계를 거친다. 셀트리온은 이 공정들을 인천 송도의 공장에서 처리하는데, 공장 시설 중 대부분이 FDA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인 cGMP를 충족하고 있다. 세포 배양이 이뤄지는 제2공장의 바이오리액터 홀에서는 20ℓ의 작은 탱크부터 500ℓ의 큰 탱크까지 세포가 옮겨지며 배양되고 원심분리기에서 항체만 걸러 정제공정으로 보내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세포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력에 따라 세포가 이동될 수 있도록 탱크 위치가 구성돼 있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세포는 예민해서 아주 작은 온도변화나 배양액 변화에도 완전 다른 항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는 기술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제공정을 거친 후 완제 공정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에서 전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이뤄졌다.

◇바이오시밀러, 선점 효과 위해 과감한 투자 필요 = 이 같은 신기술의 집약체인 항체바이오 시장이 세계 제약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만큼 크게 성장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기업 ‘로슈’의 지난 2014년 제약 매출은 400억 달러(약 47조9000억 원)였는데, 이 중 절반이 항체바이오 의약품에서 나왔다. 혈액암 항암제인 ‘리툭산’ 한 제품의 매출액만 75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 국내는 셀트리온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LG생명과학 등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은 바이오베터(바이오의약품을 개량한 제품) 유형의 ‘랩스커버리’ 기술을 최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또 항체바이오의약품 신약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체바이오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는 같은 효과의 제품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망이 밝다.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오는 2019년까지 27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의사들이 선택할 때 환자들에 실제 투여됐던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가 중요하므로 시장에 첫 번째로 진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 확대가 중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그동안 이 바이오약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6년 8270억 원, 2010년 1조5175억 원을 투자하는 등 각종 지원을 해왔다. 이와 더불어 유망 중소벤처기업 육성 정책도 펴왔다. 산기평은 올해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대상으로 바이오분야 등을 지정해 77억 원을 지원하고 규제개선도 돕는다. 앞으로 더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세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수진 산기평 바이오 PD는 “인류의 생명을 연장하면서 경제 성장도 이끌 수 있는 바이오가 4차산업 혁명의 대표적인 모델”이라면서 “바이오시밀러가 바이오신약의 발전을 이끌면서 한국이 세계 제약시장 혁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인천=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