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전 가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권선택(오른쪽 두 번째) 대전시장 등이 최근 대전역 등에서 철도박물관 대전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전시 제공

올 세번째 주요 국책사업… 대전·청주 등 11개市 경합

서명운동·연예인 홍보대사
예산 절감 아이디어 제시도
막무가내식 경쟁 부작용 우려

동남권 신공항, 국립 한국문학관에 이은 올해 3번째 주요 국책사업으로 꼽히는 국립 철도박물관 유치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수십만 명 규모의 서명운동과 연예인 홍보대사는 기본이고 도심 증기기관차 운행 아이디어까지 자치단체 간 ‘막판 승부수’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자치단체에 따르면 2014년 말 국토부가 국립 철도박물관 건립 용역을 발주한 이후 현재 전국 11개 도시가 유치 경합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토부의 최적후보지 선정 용역이 올 연말 완료되고 조만간 현장실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파격적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대전시는 최근 기존 유치전략을 공격적인 방향으로 대폭 수정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대전역 주변 동구 신안동에 박물관 1관을 건립하고 대전선 철도로 이어진 대전 중구 중촌공원에 철도테마파크 형태의 제2박물관을 건립, 두 박물관 사이를 도심 증기기관차 운행으로 연계시키겠다는 아이디어다. 철도박물관 부지 확보에 필요한 정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관련 부지 매입비 700억 원가량을 시비로 투자하겠다는 통 큰 협상안까지 제시했다. 앞서 대전시민 50만 명이 유치서명에 동참했고, 방송인 송해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는 오송이 국가철도망 X축의 중심이고 3개 고속도로(경부·중부·청주~상주)가 분기하는 등 전국 어디서나 2시간 내 접근이 가능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타 지역보다 땅값이 저렴하고 청주국제공항에서 오송역까지 17분밖에 소요되지 않아 중국 관광객 유치에 유리하다는 것도 부각시켰다.

경기 의왕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기존에 철도박물관이 있어 이를 리모델링할 경우 건립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이득이란 점을 유치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의왕은 한국교통대와 철도기술연구원, 철도공사 인재개발원 등의 학술 연구인프라, 철도차량을 제작하는 ‘현대로템’과 연구소 등 산업기관이 모여있는 국내 유일의 철도특구다.

그러나 최근 신공항, 한국문학관 등 국책사업이 지나친 과열경쟁으로 선정 자체가 무산되거나 당초 예상과 달리 기존 시설 활용 등으로 결론이 나는 진통을 겪으면서 철도박물관 유치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철도박물관 유치 과정에서 지역 정치권까지 가세해 시민 정서를 자극하고 ‘우리 지역 아니면 안 된다’는 막무가내식 과열경쟁을 벌여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