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사망 10명중 3명은 살릴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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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

선진국 평균 사망률은 5∼10%
응급의료기금 사업비 대부분
시설등 경상경비 사용 非효율적

지난 2010년, 배가 아파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네 살배기 예슬이(가명)는 ‘제때,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했다. 중증 환자가 많은 응급실에서 ‘배 아픈 것’은 우선 취급 대상이 아니었다.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결국 ‘2차 병원(4개 과 이상 진료 과목과 전문의, 30병상 이상을 갖춘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았지만, 초기 대응이 늦어 예슬이는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아랫부분의 장이 윗부분 장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장중첩증’. 대학병원은 물론, 2차 병원에서라도 초기 대응만 제대로 했다면 살릴 수 있었던 증상이었다. 이후 대형병원에 24시간 전문의가 당직을 서는 ‘응급 당직법’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한 환자 10명 중 3명은 예슬이처럼 적절히 진료를 받았으면 생존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예방 가능한 사망자’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4일 개최한 ‘응급의료기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예방 가능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응급의료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병호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 사망률은 29.8%(2010년 기준)로, 선진국(평균 5∼10%)에 비해 크게 높다”며 “이는 높은 전원율(응급실에 왔다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비율)과 응급실 과밀화, 응급의료인력 부족 등의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전원율이 20%에 달하며, 응급실 대기시간이 긴 20개 대형병원의 응급환자 체류시간은 평균 15시간이나 된다. 응급의학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원은 43.6%에 불과하고, 구급대원의 법정 수요배치율도 68.4%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원활한 응급의료를 위해 ‘응급의료기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 기금 역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응급의료체계 문제는 ‘구축’의 문제가 아닌 ‘운영’의 문제”라며 “올해 기준 2309억 원인 응급의료기금 사업비 대부분이 경상 경비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자 성균관대 글로벌보험연금연구센터 객원연구원은 “응급의료체계 방향과 목표를 진료의 질과 생존율 향상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행 응급의료기금은 주로 시설 등 하드웨어적 측면에 편중돼 한정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응급의료 예산편성 및 집행에 관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