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사드 논란 증폭, 누구를 이롭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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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한·미 양국의 국방 당국은 13일 경북 성주의 공군 방공기지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역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6월 초부터 2년 이상 끌어온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국방 당국 간의 협의가 배치 쪽으로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러나 사드의 국내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극심해질 조짐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각각 국민투표와 국회 동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정치권의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성주 지역 주민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강력한 반대가 우리의 내부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기도 하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를 둘러싼 찬반 양론 입장은 비교적 분명하다. 찬성하는 쪽은 급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할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통한 주한 미군의 미사일 방어 능력 증대가 이러한 방안 중 하나임은 물론이다. 이에 비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입장은 다양하다. 미사일 방어망의 기술적 한계에서부터 중국의 강력한 반대와 경제적 제재의 위험성, 냉전시대 동북아 대립 구도의 재현 가능성,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건강 위험성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정치적 논란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사드 배치 관련 정책 결정을 주도한 정책 당국의 반성이 필요하다. 국가 안보(安保)와 직결된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하면서 확고한 비전과 철학이 없이 주변 강대국들의 눈치나 살피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권한의 위임 체계라는 점도 인정돼야 한다.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을 모두 국민투표에 부치거나 국회 동의를 받게 할 수는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주한미군의 주둔군 지위협정 자체를 개정하려는 게 아니라 이에 기초한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면, 관련 정책 당국의 권한과 정책 결정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물론 정책 결정 과정에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그러한 결정에 따른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한미동맹과 관련된 이슈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다. 그런데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논란의 경우 국내에서의 반대가 대미(對美) 협상에 임하는 정부 당국의 협상력을 키워준 측면이 있었다. 협상 대표가 국내에서 발목이 잡혀 미국 측의 요구를 쉽게 들어줄 수 없는 국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드 배치 논란의 경우에는 누구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과 북한의 사드 반대 입장은 국내에서 더 큰 공명을 얻었고, 주한 미군 보호가 우선일 수밖에 없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유리한 상황이 전개됐다. 그 결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2000만 시민을 보호할 수는 없지만, 주한 미군은 보호할 수 있는 위치에 사드 배치가 결정됐고,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 패트리엇 미사일 추가 도입이라는 수도권 보호를 위한 대안을 부랴부랴 약속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국이 약간의 경제 제재라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분위기를 국내에서 만들어 주고 있기도 하다. 대선 국면을 앞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국익을 함께 고려하는 큰 정치인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