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李회장 건강 급속 악화… 생명권·치료권 보장 희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경근육계 유전병 등을 치료받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손과 발이 심하게 굽어 있다. CJ제공

- ‘재상고 포기’ 배경·사면전망

구본상·김승연 등도 거론돼… 재계 “위기극복 희망 필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고심 끝에 재상고를 취하한 것은 이 회장의 건강이 최근 악화한게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8·15 특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19일 “이 회장은 사지의 근육이 점차 위축·소실돼 마비되어가는 불치의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투스(CMT)로 인해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걷기, 쓰기, 젓가락질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조차 힘들다”며 “기업 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 치료권을 보장받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재상고 취하와 형집행정지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주변에 “내가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 살고 싶다”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는 가하면,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체중은 52∼53㎏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그룹은 이에 따라 대법원에 종아리 근육량이 2012년 말보다 26%까지 빠지는가 하면, 이식 신장 거부반응과 입안 궤양 등의 건강과 관련된 상세한 자료와 사진도 첨부해 제출했다.

2013년 7월에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가 된 후 건강 악화에 시달려온 이 회장이 이처럼 사면을 간절히 희망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이번 특사에 경제계에서는 어떤 인사들이 포함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많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하다’고 전환점 마련을 시사함에 따라 사면 대상의 폭이 예상보다 커지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로써는 이 회장 외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이 사면 대상자로 거론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국내 대기업 특성상 총수가 부재할 경우 대규모 투자와 사업을 할 수 없고 기존 사업도 현상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며 “잘못이 명백하므로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르는 것은 맞지만, 사면을 해줘 이들에게 침체에 빠진 국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등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식을 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유회경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