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美대선 ‘보호무역 강화’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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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정치학

4년마다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태평양 건너의 정치 이벤트지만 우리에게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1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최종 주자로 확정된 이후 많게는 6%까지 전국적인 지지도가 상승했다. 어제오늘은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 국제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11월에 치러질 이번 미국 대선을 관통하는 몇 개의 질문을 던져보면 전례 없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미국 역사상 최초의 부부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 이보다 더 흥미롭게,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또한, 보수주의의 전통이 집토끼를 잘 관리하는 데 있음에도 공화당 내 주요 인사들의 외면을 받는 트럼프가 최종 승리할 수 있을까? 그리고 트럼프라는 이름이 승리(triumph)를 연상하게 만들어 최종적으로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이처럼 2016년 미국 대선을 관통하는 감상법은 유난히도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민주·공화 양당 중에서 어느 당이 집권하는 게 한국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지에 모아지게 된다. 한국 시간으로 26일 발표된 민주당의 최종 정강 정책에 따르면, 힐러리 후보 역시 미국 유권자들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을 가장 억압적인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대북(對北)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을 더욱 적극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 또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 등과 같은 미국의 대아시아 접근법의 지적재산권이 본인에게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힐러리 후보이기에, 우리의 외교 스탠스 잡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가 난망(難望)의 과제이고, 미·중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대외 관계 전반에 걸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경우에도, 보호주의 경제정책과 함께 나토(NATO)와 아시아 지역에 투입된 동맹 비용을 미국민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 파트너인 한국에 요구할 책임감의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관점에서 대외관계의 관용과 국제주의적 호혜 정신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물론, 본선이 가까워지면서 전통적인 공화당 관료들이 자유무역 질서, 주요 동맹 파트너의 존중, 미국적 힘의 적절한 구현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지만,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한반도 문제는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기존 정책을 전반적으로 리뷰하는 종합적인 점검 작업에 들어갈 전망이고,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말미암은 한반도 및 동북아 위기 상황이 이러한 큰 그림의 접근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는 예측 역시 힘을 얻고 있다. 미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먼저 후보 지명 절차를 치르게 만들어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누리게 하는 전통은 올해도 이어졌다. 미국 건국 당시 헌법 초안을 만들고 미국식 민주주의 기틀을 닦았다는 전통으로 인해, 펜실베이니아 주는 ‘이정표(Keystone) 주’라는 애칭을 얻고 있다. 힐러리 전 국무장관은 이곳에서 민주당 후보로서의 최종 선출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후보가 트럼프 후보에 4%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건국 이후 24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지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