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저성장 주범은 ‘가계부채·私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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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교수·경영학

한국 경제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7% 성장했다. 지난 1분기(0.5%)보다 다소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0.7%) 이후 계속해서 0%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다양한 소비 진작책과 세월호 참사 및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같은 대형 악재가 없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반기에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곧 브렉시트, 수출 부진, 조선 및 해운업을 비롯한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기업의 부진한 설비투자, 급증하는 가계 부채, 높은 청년 실업률을 생각하면 한국 경제를 위한 진정한 돌파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가계의 소비 잠재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가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가계부채와 사교육비 때문에 소비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가계부채의 총액은 이미 1200조 원을 넘어섰고, 증가 속도를 보면 더욱 걱정이다. 지난해 1년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는 121조7000억 원(증가율 11.2%)인데, 2014년 증가액(66조2000억 원) 대비 약 2배 규모다. 그리고 1000조 원에서 1100조 원으로 불어나는 데 17개월이 걸렸지만, 1200조 원으로 증가하는 시간은 겨우 7개월 걸렸다. 수출과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률 수치를 높이려고 부동산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정책 후유증이다.

실제로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를 보면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70.1%였다. 이중에서 원금과 이자 지급 때문에 가계의 저축 및 지출을 줄이는 가구가 무려 78.7%나 됐다. 정부는 내수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싶어 하지만, 정작 소비를 할 수 있는 가계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이다.

한국 가계가 지출하는 사교육비 역시 건전한 소비를 저해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1인당 가계가 지출하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25만 원 정도다. 하지만 자녀 1인당 필요한 사교육비의 총액은 천문학적이다. 취학 전 2년간 영어유치원 비용이 약 2400만 원, 초등학교 6년간 학원비 약 4000만 원, 중고등학교 6년간 학원비 약 4000만 원, 해외 어학연수비 및 취직 준비를 위한 학원비가 약 4000만 원 정도다. 자녀 1명당 대학 졸업까지 소요되는 사교육비 총액은 무려 1억5000만 원에 이른다.

사교육비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한국의 공교육을 무너뜨린다는 데 있다.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중고등 학생의 50% 이상이 야간 학원 수업을 위해서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잠을 잔다는 것이다. 사교육이 초래하는 이런 생활 패턴 때문에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습 시간 대비 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 청소년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고등학생은 5.6시간에 불과하다. 결국 부모들은 자녀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지출하지만, 한국 청소년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은 셈이다. ‘삶에 만족하는가’ 하는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으로 응답한 청소년 비율은 미국 83%, 핀란드 92%, OECD 평균은 85%였다. 하지만 한국 청소년은 겨우 54%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가 장기적 관점에서 더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 잠재력을 갖출 수 있는 가계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교육 구조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