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사태… 대화·타협 빠진 ‘反지성적 해법’ 논란

梨大학생들 ‘미래라이프大’ 반대 농성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신설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학본부 점거농성과 학교 측의 섣부른 공권력 투입 등 최근 이화여대 사태를 두고 대화와 타협이 부재한 우리 사회 갈등 해소 방식의 ‘민낯’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무작정 점거 농성이라는 물리적 행동에 나서는 학생들 행태가 과연 ‘최고 지성’의 행위에 적합하냐는 지적도 있다. 1일 교육계 및 경찰에 따르면 이화여대 학생들의 대학본부 점거농성이 점거 닷새째인 이날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건물 안팎으로 농성 학생이 모두 8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화여대가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고졸 직장인 등도 4년제 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일환이다. 학생들은 사업 취지와는 상관없이 학교 측의 계획이 ‘돈벌이’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양학’이나 ‘패션학’ 등 신설 학과만 보더라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학위장사’를 하겠다는 의도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반면, 학교 측은 “이 사업은 평생 교육을 지향하는 현대 대학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건학이념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학생들의 주장이 전형적인 ‘학벌주의’ 아니냐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농성 과정에서 교수·교직원 등 5명을 46시간 동안 감금하기도 했고, 초대 총장인 김활란 동상에 달걀 투척 등 물리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학교 측도 학교 구성원인 학생들을 대화로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1600여 명에 달하는 경찰의 힘을 빌리는 구태를 보여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에 출동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학생들의 행위는 범법 행위이므로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주동자들을 엄정하게 사법처리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물리적 방법에 의한 갈등 해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은 “학생은 교수를 감금하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게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학교는 재학생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설득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도 “대학이 생존을 위해 장기 발전전략으로 나름 고유 영역을 해치지 않으면서 마련한 계획인 만큼 학생들이 더 넓은 관점으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대환·김수민·최준영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