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누진구간·배율 완화해야”… “한전 판매부문에 경쟁 도입해야”

‘전기 누진제 개선’토론회 “美·佛처럼 전압별 요금제를”

전기 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정의 전기에너지 사용을 무리하게 억제하기보다는 전기 요금을 현실화해 서민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졌다. 원가에 충실한 요금 체계를 확립해 궁극적으로 주택용 누진제를 완화하는 한편, 한국전력공사의 판매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의실에서 열린 ‘전기료 누진제, 어떻게 바꿔야 하나’ 토론회에서 “기존의 복잡한 용도별 요금 체계를 단순화해 전압별 요금 체계와 같이 원가에 충실한 요금 체계를 확립하고, 주택용 누진제는 누진 구간·배율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전기 요금은 가정용과 산업용, 일반용(상업용) 등 소비자 유형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용도별 전기 요금 체계를 채택하고 있는데, 전압에 따라 송·배전 설비가 다르고 전기 공급 가격도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해 전압별 요금 체계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전압별 요금 체계는 미국·프랑스·일본 등이 채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료 체계는 발전연료 가격 변화가 올바르게 소매 요금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소비자 간 원가가 서로 다름에도 동일한 요금이 적용되는 등 ‘원가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주택용 누진제의 경우 누진 구간과 배율이 각각 6단계와 11.7배에 이르는데, 미국·일본·영국·호주 등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며 “누진 구간 및 배율 완화를 통해 서민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재 한전의 전기판매 독점 구조를 다수 판매사업자가 참여하는 구조로 변경해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는 방안을 현실적인 대책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에서 전기 판매부문을 개방해 사업자들의 경쟁을 유도한 결과, 전기판매사업자들이 소비자 편익을 위해 다양한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책정하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역설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