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있겠지… ‘서울대 ID = 5만원’ 암거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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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고시 합격 1위에
특별한 정보있을거란 기대와
취업난 탓 불안심리도 뒤섞여
‘ID 빌리는데 얼마냐’ 글 늘어
고시생 중심 5만원 안팎 거래

최근 들어 서울대 재학생·졸업생용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ID를 유료로 사고파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정보의 불균형에 대한 극심한 우려가 빚어낸 새로운 풍속도다. 전문가들은 ‘서울대생끼리만 정보를 주고받는 스누라이프에 들어가면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특별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빚어진 일로 분석하고 있다. 스누라이프 ID는 고시생을 중심으로 22일 현재 5만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유명 고시 관련 정보 카페에는 최근 한 네티즌이 “스누라이프에서는 시험 관련 소식이 어떤 게 있는지 알고 싶어 스누라이프 ID를 빌리고 싶은데, 3만 원 정도면 되겠느냐”는 글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고 글을 삭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한 서울대 관련 게시판에는 다른 대학 학생들이 올린 글로 보이는 관련 글들이 다수 발견됐다. “한창 취업 준비 중인데 우리 학교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면서 “취업 정보를 좀 얻고 싶으니 돈 주고 스누라이프 ID를 빌리고 싶다”는 글들이다.

서울대 대학원생을 자처하며 비서울대생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용돈’을 벌려는 글도 올라왔다. “나는 서울대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 스누라이프 ID가 2개”라며 “스누라이프에 들어가서 정보 탐색하고 싶으신 분들은 어느 정도의 사례금을 줄 수 있는지 연락 달라”는 글도 있었다.

이런 현상은 사법시험과 외무고시·행정고시·변리사 시험 등 각종 국가시험에 서울대 합격자가 많다 보니 ‘서울대생이 특별히 유리한 게 아니냐’ ‘서울대생과 비서울대생 사이에는 정보 불균형이 심하다’는 불안 심리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대 출신 사법시험 합격자는 429명, 행정고시 합격자는 454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외무고시 합격생 현황 역시 서울대 출신이 71명으로 2위 고려대(32명)의 2배 이상이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 홍모(27) 씨는 스누라이프 ID가 인기 있는 이유로 “아무래도 사회 ‘고위층’ 선배들이 많은 서울대생이 듣는 정보는 남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 교수는 “‘서울대 커뮤니티에 가면 ‘내가 처한 환경에서 얻는 것보다 더 좋은 정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 심리와 불안 심리가 뒤섞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그만큼 청년들이 절박해지는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