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募兵制 발상, 안보 현실과 거리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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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한남대 교수 국방학

지난 5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모병제희망모임’은 모병제(募兵制) 추진 공론화를 위한 첫 토론회를 국회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남지사는 우리 군의 인력 체제를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에 기반을 둔 30만 명 정도의 ‘작지만 강한 군대’로 만들 것을 대선 정책 공약으로 내놓았다.

사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는 문제는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하는 중요한 안보적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현재 남북이 첨예하게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병을 통한 소수정예 군(軍)만으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정부는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및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병력을 12만 명 정도 감축하고, 장교 및 부사관 20만 명, 병사 30만 명(총 50만 명) 정도의 병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우리 국민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은 적(敵)의 위협 및 군사전략 변화,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군 구조 및 무기체계의 변화 추세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박근혜정부의 적극적 억제전략은 한미연합 ‘신(新)작전계획 5015’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세방어에서 공세방어로의 전략 변화와 더불어 군사력 사용에 대한 대응작전 환경과 각각의 환경에 부합하는 다양한 수준의 군사력 규모를 판단하면서 군 구조, 특히 작전부대를 혁신적으로 개편해 나가야 한다. 이는 평시에는 전력증강의 효율성을, 유사시에는 준비(대비태세 유지)→방어→전환→공세→안정화에 이르는 각 작전 환경에서 전력 발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군 구조 및 인력 소요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바로 이런 공세방어 전략,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군 구조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력 소요 변화를 능동적으로 예측하고 이를 적기에 반영하는 인력 소요기획 및 관리체계가 먼저 구축돼야만 이를 토대로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파악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모병제 추진을 위해서는 아래의 두 가지 연구에 대한 답이 마련돼야 한다.

첫째, 미래 작전 환경 변화에 대비해 장교·부사관·병 비율(현재 10:15:75%)을 몇 년 내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관한 답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미래 전력 소요에 따른 병과별·특기별 인력 구조는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현역과 예비군의 최적 전력 혼합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대책이 있어야 한다.

둘째, 신분별·유형별 인력 구조 변화에 수반되는 예산 측면의 검토가 필요하다. 비용 규모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재원조달 방법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 후에 군 구조 및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와 절차를 정립해야 한다.

이 두 가지에 토대를 두지 않고 제시되는 모병제 공약은 허구다. 대선을 앞두고 젊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모병제 공약을 제안한다면, 이는 국가안보에 대한 심각한 국민적 우려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은 위협 및 군사전략 변화,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군 구조 및 무기체계 변화, 더 나아가 군의 조직 문화, 특히 인력 운용의 변화까지 충분히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