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특권 못박은 ‘위법 단협’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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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시민회의, 대기업 18곳 단체협약 내용 분석

유일교섭단체 인정 가장 많아
쟁의기간 중 신규채용 금지에
조합원 가족 우선채용도 포함

헌법보장 他단체 교섭권 침해
취업기회 보장 권리마저 어겨

국내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파업 등을 무기로 단체협약에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독소조항을 꾸준히 포함시켜 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현대자동차노조와 금융노조, 공공운수노조가 잇달아 강경투쟁에 나서는 배경에 쟁의행위 기간 중 신규채용이나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직장점거금지 시설을 제한적으로 설정하는 등 현행 노동법상 맹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하태경(새누리당) 의원이 27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공동으로 국내 대기업 18곳 단체협약내용을 분석한 결과 △유일 교섭단체 지위를 인정하거나 △조합원 가족 우선 채용 △노조의 과도한 인사·경영권 개입을 명시하는 등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이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GS칼텍스, SK에너지, 에쓰오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18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 기업 단협에서 흔히 발견되는 위법사항으로는 우선 유일 교섭단체 조항이 꼽혔다. 현대차와 기아차, 신한은행, SK에너지, 대한항공 등 14개 기업의 단협에는 ‘회사는 조합이 조합원을 대표해 노동 3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단체임을 확약하고, 제2 노동단체의 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자가 특정 노조의 유일 교섭단체를 인정하면 다른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불법으로 간주된다.

또 기아차와 에쓰오일, 현대중공업 등 9개 기업은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 등 조합원 직계가족이나 자녀를 우선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단협에 포함돼 있다. ‘구직자는 모집·채용에서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고용정책기본법과 직업안정법 위반이란 게 하 의원의 지적이다. 회사가 조합전용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관리·유지비용까지 부담하거나 차량지원, 노조전임자에 대한 동일근속 평균 이상 급여 지급 등을 규정한 곳도 5곳으로 파악됐다. 노조가 하도급·용역 전환이나 사업장 확장, 공장 이전, 해외공장 신설 등 기업 인사·경영권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하 의원은 “좋은 일자리 독점을 없애고 청년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반드시 위법한 단협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