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상훈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강직성 척추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아프다 말다 굳어가는 척추
백혈구 특정 유전자 보유자에 많아
환자 10만명 중 4만~5만명만 치료
조기에 발견땐 약물로도 치료 가능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느껴지죠. 아직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한 나이니까요.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대부분 젊은 남성이거든요.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많아요. 처음 진단을 받으면 세상이 끝난 듯 절망하는데, 무엇보다 굉장히 무서워해요. 일단 일반인이 듣기에 병명 자체도 그렇고, 인터넷으로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는 온몸이 다 굳어서 죽는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처음에 환자와 보호자가 오면 안정시키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병명이 낯설고 무서운 데다 통증까지 있으니 그럴 만도 하죠. 다행히도 그렇게 심각한 병이 아니고 약이 아주 잘 듣습니다.” 이상훈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는 4일 차분하게 강직성 척추염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그 자신이 강직성 척추염을 직접 앓고 있는 환자이기도 하다. 환자 증상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전국 각지의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그에게로 몰린다. 1년 동안 이 교수를 찾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1500명에 달한다.
◇강직성 척추염이란=강직성 척추염은 말 그대로 척추 관절에 염증이 생겨서 점차 척추 마디가 뻣뻣하게 굳고 심하면 척추 변형이 오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류머티즘 질환의 일종으로,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면역세포가 거꾸로 자기 조직을 공격해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현재까지도 강직성 척추염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백혈구에 특정 유전자(HLA-B27)가 있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 HLA-B27이 있는 사람은 4% 정도다. 이들 중 10%가량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10만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진료를 받는 사람은 4만~5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교수의 설명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중심 관절이라고 해서 주로 척추·어깨·고관절 같은 곳을 침범하는데, 관절 주위의 인대 조직이 망가져 석회화가 되면서 뼈처럼 되는 병입니다.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디스크가 있고 인대가 디스크를 싸고 있어서 척추를 움직일 수 있는데, 그 인대들이 다 뼈처럼 석회화가 되니까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버리는 겁니다. 점차 대나무처럼 마디가 위아래로 붙어서 굳으니까 나중에는 등허리를 굽히지도 펴지도 못하고 목도 못 돌리게 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가장 분명한 초기 증상은 다리 양쪽 고관절이나 엉덩이 부위가 한쪽씩 번갈아가면서 아팠다 안 아팠다 하는 것이다.
“아플 때는 일주일 정도 절뚝거릴 정도로 아프다가 저절로 좋아지고, 다시 몇 달 후에 반대쪽 엉덩이가 매우 아파 절뚝거리게 되는 식입니다. 피곤하거나 결려서 잠시 아팠다가 저절로 좋아졌나 보다 하고 그냥 넘기는 수가 많아요.”
그다음 증상은 엉덩이 통증이 지나간 한참 후에 나타난다.
“아침에는 허리가 뻣뻣해서 잘 안 굽혀지고 머리를 감으려는데 고개도 잘 숙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점심때쯤 되면 조금씩 뻣뻣한 게 풀리면서 운동 범위가 서서히 늘어나죠. 이런 증상이 동반되는 허리 통증이면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
◇조기 치료하면 정상생활 가능=초기에 발견해 치료만 잘하면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꾸준히 치료하다 보면 약이 잘 듣는다는 걸 환자 본인이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초기 발견인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 교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첫 증상을 인식했다고 한다. 허리가 아파 절뚝거렸지만,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고3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는 3~4년 후 의대에 입학한 뒤에도 허리의 뻣뻣함이 계속되면서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각종 의학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하면서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류마티스내과를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강직성 척추염의 증상으로는 △간헐적으로 엉덩이 통증 때문에 절뚝거리는 경우 △이유 없이 무릎이나 발목이 붓는 경우 △아침에 척추가 뻣뻣해 머리를 숙이기 어렵다가 움직이면 호전되는 경우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허리 통증이 씻은 듯이 가라앉는 경우 등이다. 또 허리디스크는 움직일 때나 심한 활동을 한 후 통증이 나타나지만, 강직성 척추염은 오랫동안 쉬고 나면 통증이 더 심해지고 운동 후에는 호전된다.
강직성 척추염이 등뼈를 침범하면 가벼운 기침에도 흉통이 나타나고 손으로 누를 때 통증을 느끼게 된다. 잠을 잘 때 등이 아파서 깨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강직성 척추염 진단은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골반 Ｘ-레이 검사를 하지만 초기에는 잘 발견되지 않아,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확인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진단만 일찍 되면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직성 척추염이 많이 진행돼 척추가 변형돼 굽은 환자에게는 신경마비 없이 척추를 세우는 수술적 처치도 진행된다. 해당 수술은 최고 난도의 척추 수술로 평가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강직성 척추염 수술을 가장 많이 집도한 김기택 정형외과 교수와 강직성 척추염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강직성 척추염 의심 증상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염증성 허리 통증 환자 기준)
1. 다친 적이 없는데 무릎 관절에 물이 찼던 적이 있다.
2. 눈 충혈로 안과에서 포도막염을 진단받은 경우
3. 요통이 항염제에 매우 조절이 잘되는 경우 : 디스크는 항염제만으로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
4. 발뒤꿈치, 골반의 양옆부위, 갈비뼈 부위 등 힘줄이 뼈에 붙어 있는 부위에 멍이 든 것처럼 통증이 있는 경우
5. 건선과 같은 피부병이나 염증성 대장 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이 진단된 경우
6. 감기나 감염이 없이 관절이 부었을 때 혈액검사에서 염증 수치가 발견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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