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알코올 중독자 가파른 상승세 ‘위험수위’

폭행·기물파손 등 폐해 잇달아

알코올의존증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매년 증가해 또래 간 폭행사건이나 경범죄로 이어지는 등 청소년 알코올의존증의 폐해가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같은 반 친구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생일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만취 상태에 있던 A(17) 양 등 3명은 ‘얘기를 하자’며 피해자 B(17) 양을 불러내 집단 폭행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생일파티를 한다며 부모님이 안 계시는 집을 정해 술을 마시고 상습적으로 싸움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1일에는 알코올의존증 증세를 보인 고등학생 3명이 소주를 마시고 인근 상점에 설치된 자판기를 발로 차고 부숴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코올의존증으로 의료기관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은 10~19세 남녀 청소년은 2011년 1237명, 2012년 1475명에서 2015년에는 1774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알코올의존증에 빠지면 성인이 돼서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5세 전후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전두엽 제어기능에 문제가 생겨 알코올 같은 흥분 물질에 쉽게 중독된다”고 설명했다. 천영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통계적으로 뇌 성장이 끝나지 않은 상태인 17세 이전 후천적 알코올의존증에 빠지면 21세 이후에도 알코올의존증에 걸릴 위험이 3배 높아진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이 자각하지 못하는 알코올의존증 상태가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