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지역경제 회복 이끈 ‘同幸’… 마을이 바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장상인들과 청년들의 ‘동행(同幸)’을 통해 전통시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까지 살린 성북구 ‘정릉시장 개울장’에서 주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성북구 제공

- 성북구 ‘동행’ 브랜드化 박차

시작은 아파트 경비원과 ‘상생’
區는 조례 만들어 분위기 조성
임의해고·임금삭감 등 사라져

지역상인·청년 손잡은 개울장
枯死위기 놓인 전통시장 부활

서울 성북구가 ‘동행(同幸)조례’까지 공포하며 ‘동행’을 구 대표 브랜드로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동행은 성북구 내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의 임금인상과 고용보장을 추진하며 시작된 상생아파트의 브랜드 네임이다. 성북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계약서에 ‘갑·을’ 대신 ‘동·행(同·幸)’을 사용하는 ‘동행계약서’를 작성해 상생의 가치를 확산시켜 왔다.

구는 지난 3일 ‘동행’을 구정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해 나가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동행 활성화 및 확산에 관한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열린 성북구 공동주택 경비원 고용안정 확약식 및 상생을 위한 간담회.

조례는 △동행 활성화 사업의 기본 방향 및 추진 목표 △동행 활성화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 방안 및 지원체계 △동행 활성화를 위한 교육 △주택단지 내 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방안 △민관 협력체계 구성 △주민참여 활성화 및 주민역량 강화 방안 등을 담았다. 동행계약서 도입 이후 성북구 공동주택에서는 경비원을 임의로 해고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사례가 사라졌다. 상호 신뢰 회복, 마을 민주주의, 공동체의식 복원이라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다. 동행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단체에도 퍼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가 ‘상생계약서’, 종로구가 ‘명품계약서’, 한국교통대가 ‘동행계약서’를 도입했다.

동행의 가치를 담은 ‘동행경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존 상인들과 청년들이 시도한 ‘정릉시장 개울장’이 동행경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정릉시장은 구의 12개 전통시장 중 규모가 작은 편인 데다 이렇다 할 특색도 없어 고사 위기에 놓여 있었다. 성북구와 정릉시장상인회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8개 대학이 있고, 특히 정릉에 국민대와 서경대가 있어 청년 거주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는 점에 주목해 청년과의 동행을 시도했다. 바로 정릉시장 개울장을 통해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4년 9월 개울장을 처음 개장할 당시 39개 팀에 불과했던 청년셀러가 지난 9월 현재 270여 개 팀으로 늘고 주말 평균 1만여 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이 150%나 증가했다. 개장도 월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지난 8월부터는 시장상인이 주도하는 개울장 안의 개울장 ‘길장’을 추가했다.

시장상인과 청년의 동행을 통한 협력이 개울장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까지 살린 것이다. 구는 개울장 경험을 바탕으로 길음시장과 돈암시장도 다양한 세대, 계층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개념의 전통시장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성북구는 개울장, ‘도전숙’(2014년부터 전국 최초로 공급에 나선 1인 창조기업인 및 창업준비생을 위한 공공원룸 주택), 아르바이트권리센터 등 청년동행과 생활임금, 사회적경제, 공유경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등 관련 사업을 총망라해 동행경제 브랜드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아동영향평가, 생활임금 등 성북구의 정책이 이웃 동네는 물론 서울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는 밀알이 된 사례가 많았다”며 “동행을 실천하는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욱 활발하게 발휘돼 행정으로 연결되도록 소통과 협치의 창구인 마을 민주주의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