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곽동연, 그의 10대는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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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는 주기적으로 ‘세대교체 드라마’가 등장한다. 신인배우들이 대거 주연으로 발탁돼 시작할 때는 우려가 크지만, 결국 큰 성공을 거두며 향후 방송가를 이끌어갈 새로운 얼굴들이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드라마들이다. ‘꽃보다 남자’가 이민호, 김현중, 김범의 탄생을 알렸고, ‘성균관스캔들’이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의 시대를 연 것처럼.

우리는 올해 또 한 편의 세대교체 드라마를 봤다.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올해 초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가능성을 보여줬던 박보검은 대세 배우로 자리잡았고, 곽동연과 진영 등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중 올해 고작(?) 19세인 곽동연의 발견은 참으로 반갑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배우를 만났기 때문이다.

“세대교체 드라마요? 너무 감사한 말씀이죠.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말씀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추후 무슨 작품을 할지 몰라도 항상 최선을 다해서 보내주시는 기대와 응원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극 중 자객의 습격을 받은 이영(박보검)이 호위무사인 병연(곽동연)을 바라보며 쓸쓸한 얼굴로 “병연이냐”고 묻던 장면은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백미였다. 곽동연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는 시점이었다.

“보검이 형이 ‘병연이냐‘냐고 부르는 데 뭔가가 확 느껴졌어요. 찐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등장하는 장면이었죠. 늦지 않게 와서 다행이라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고 대사까지 바꿨어요. 저도 참 아끼는 장면이에요.”

곽동연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연 병연이 죽음을 맞는 씬이다. 이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감정은 최대한 절제하던 병연이 비로소 스스로를 놓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영은 저에 대한 의심이 쌓였던 것이 미안함으로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몇 마디 말을 통해 그런 오해가 풀리게 되죠. 병연이 맘놓고 울었던 유일한 장면이에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요.”

곽동연의 연기력은 탄탄했다. 사극 연기가 주는 중압감이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무리없이 소화했다. 극 중 자주 합을 맞춘 대선배 장광과의 호흡도 좋았다. 그는 공을 장광에게 돌린다.

“현장에서 저에게 연기 선생님이셨어요. 하나 하나 마음에 새길 말씀을 많이 해주셨죠. 연기할 때 발성이나 발음,그리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어요. 제게는 정말 감사한 분이죠.”
곽동연은 몸을 쓸 줄 아는 배우다. ‘감격시대’의 아역을 맡았을 때도 날렵한 몸놀림을 선보였고,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숨겨둔 검술 실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평소에 운동도 좋아하고 몸 쓰는 걸 즐겨요. 검술은 맨몸 액션과는 달라서 더 섬세한 액션이 필요했어요. 처음에는 생각처럼 되지 않아 힘들었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는 제 모습을 보면서 만족감도 컸어요.”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곽동연. 그리고 올해는 곽동연이 보내는 마지막 10대 시절이다. 과연 20대가 된 내년의 곽동연은 어떤 모습일까.

“더 없이 행복하고 찬란했던 한 해라고 생각해요. 올해 같기만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2017년에는 어떤 작품과 배역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지는 몰라도, 새로운 도전이 기대돼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또 다른 곽동연의 모습을 기대해주셔도 좋아요.(웃음)”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