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金법무, 대통령-檢 사이서 한계 느낀 듯

‘피의자 대통령’에 檢지휘 부담
현직 검사 “朴 강제수사 해야”

김현웅 법무장관이 21일 각료 중 최초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 대면수사를 압박하고 있는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장관의 사퇴가 갖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검찰 수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고, 다른 장관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선 검찰에서도 “피의자 박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는 공개 주장이 나와 파문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장관의 사의 표명은 표면상 법무장관의 위치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장관이 사표를 제출한 21일은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사실상 공범으로 지목,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이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법무부는 이날 “김 장관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직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이자 박 대통령이 수반으로 있는 내각의 일원으로 검찰이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 사실을 적시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과 피의자 대통령의 가교 역할에 한계를 느낀 것도 사의의 직접적 이유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일단 사의 표명 뒤에도 이틀 동안 출근했다. 22일에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특검법)에 부서했다.

김 장관의 사의 표명을 시작으로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정권 위기에 직접 맞닿아 있는 법무장관이 내각의 가장 ‘약한 고리’일 수 있다”며 “김 장관이 댐에 구멍을 낸 만큼 댐 전체가 붕괴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직 다른 부처 장관들은 사의 표명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으로 박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드러나거나 국민 여론이 더 악화할 경우 추가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기류는 이미 심상찮은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인천지검 강력부 이환우(39·사법연수원 39기) 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검찰은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99%의 소명이 있고, 이제 더는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가 수차례 출석 요구에도 불구하고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검사는 “추가적인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수사절차(체포)를 진행해야 하며,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핑계로 강제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경제부처와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끄는 사회부처에서는 아직 장관 사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교육부 역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등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주무부처로 이번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박 대통령의 주사제 대리처방 의혹과 관련, 보건복지부 역시 초긴장 상태다.

민병기·김영주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