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親朴 내부 ‘명예퇴진이 최선책’ 여론 확산

중진·초선모임 등 잇단 제안
非朴 “대통령 입장 보고 행동”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3차 담화를 발표함에 따라 정치권 원로들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의원, 초선 의원들이 탄핵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국정 혼란을 더 확산하는 것을 막는 용단’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친박 핵심 중진 의원들이 28일 박 대통령에게 ‘명예 퇴진’을 제안한 것에 대한 초·재선 친박계 의원들의 동의가 늘어나고 있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도 29일 박 대통령에게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한 로드맵을 밝혀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친박계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입장이 중요하다면서도 ‘질서 있는 퇴진론’에 가세하는 것은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탄핵을 당한 첫 대통령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것으로 읽힌다.

이날 친박계 한 재선의원은 “어제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박 대통령에게 질서 있는 퇴진을 건의한 것에 대해 ‘결’을 같이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공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 오후 열리는 재선 의원 모임에서도 이번 제안에 대해 논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친박계 중진들이 명예 퇴진을 건의하는 것은 정말 다른 길이 없다는 것 아니냐”며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청와대가 할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밝히면 정치권에서 ‘명예’를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퇴임 후 ‘신변 보장’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현행법상 조기 사면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고민하는 모양새다. 당직을 맡은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권의 입장도 중요하다”며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서는 야권이 박 대통령의 퇴임 후 ‘명예’를 보장해준다는 언급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초선의원 26명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탄핵보다는 질서 있는 퇴진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완수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그 시기와 방법 등 로드맵을 밝혀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박(비박근혜)계 한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입장이 나와야 한다”며 “탄핵을 추진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박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할 경우 그 내용을 보고 다음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종·박세희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