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유엔 對北제재 2321호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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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경희대 교수 국제정치학

온 국민의 관심이 국내정치 문제에 쏠려 있을 때, 유엔 안보리에서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어서 한·미·일 3국은 개별적인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한·미 양국은 독자적 제재 리스트에 북한의 고려항공과 노동자 송출기관 및 석탄 수출업체도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달 중순에는 6자 회담 수석대표들이 서울에서 대북(對北) 제재 조치의 효과적인 이행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필자는 북한이 수년 내에 핵무기를 100개 정도 보유하고 거의 완벽한 핵무기 운반 수단도 확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처한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상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대립과 우리 내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북한에는 좋은 방패막이이다. 북한은 이 틈새를 이용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나리오는 사실 국내외의 많은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시나리오와 거의 유사하다.

또한, 북한이 연 5% 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일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풍부한 자원과 훌륭한 노동력을 갖고 있고 주변의 활력적인 경제권과 접해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진전되고 있는 시장화도 자원의 동원과 효율적 사용에 기여할 것이다. 그리하여 수년 내에 북한의 1인당 소득이 수천 달러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량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이 잘살기까지 하는 상황이 온다. 대한민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것을 막는 길은 강력한 제재뿐이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 무용론도 있지만, 최소한 세 가지 성과는 낼 것이다.

첫째,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줄을 옥죔으로써 그 속도를 늦추는 효과이다. 안보리의 이번 제재 조치가 노리고 있는 핵심적인 목표로, 잘 이행되면 북한 수출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연간 8억 달러 이상의 수출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북한의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의 성공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북한 경제가 발전하려면 외부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그런데 이번 안보리 제재와 한·미·일 독자 제재는 북한의 수출을 제한하고 국제 금융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북한 경제의 고도 성장을 어렵게 할 것이다.

셋째,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국제적 정당성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잘못된 행동을 일삼는 북한 정권을 지원하려면 자국의 국제적 평판이 나빠지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중국이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에 동의하고, 많은 나라가 북한과의 관계를 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에는 대북 경제 제재로 북한의 비핵화를 만들 수 없다는 무력감이 팽배해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 없이는 대북 제재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 제2321호의 실효성도 결국 중국이 얼마나 엄격하게 대북 제재 조치를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번에도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북한을 제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핵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안보리의 제재 조치가 강력하면 할수록 북한이 핵무기도 갖고 경제 발전도 이루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의 부담도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대북 제재는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에 주는 시그널이고, 우리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