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식·의약 안전’>면봉·기저귀 등 ‘위생관리 법적 死角지대’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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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위생용품 관리법 제정

1999년 공중위생법 제정이후
17년간 폐지된 옛법으로 규제

화장지 등 개인용품 8종 추가
대상 포괄적 규정한 법안 발의

수입위생용품도 범위내 포함
불필요해진 구식 규제도 풀어

‘발암 의심 물질이 포함된 식기 세척제’ ‘형광증백제가 사용된 물수건’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종이컵’. 모두 환경 관련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오던 제품들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도 문제지만, 이런 위생용품은 1999년 공중위생법이 폐지된 이후 17년간이나 법적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머물러왔다. 최근 치약 등 생활화학제품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가 국민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세척제와 일회용 물품 등 실생활과 밀접한 위생용품에 대해 규정과 신고 절차·기준·규격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위생용품에서 나타났던 그동안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대책 방향에 대해 점검했다.

◇장기간 방치된 법률 = 위생용품은 1986년 제정된 공중위생법으로 관리됐지만, 1999년 공중위생관리법 제정으로 기존법이 폐지되면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공중위생관리법은 숙박업, 이·미용업, 목욕업 등이 적용을 받는다. 위생용품의 경우 당시 공중위생관리법 부칙에 “관련 법률 제정 시까지 기존의 공중위생법을 적용한다”고 정해놨지만 현재까지 위생용품 관리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즉, 폐지된 옛 공중위생법에 의해 위생용품이 현재까지 관리돼 온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소비자는 물론 영업자, 정부 등 모두에 불편함을 준다. 영업자들은 “불필요한 제조시설 설치의무나 과도한 표시기준 등의 규제조항이 옛 공중위생법에 명시돼 있는데 폐지된 법을 개정할 수 없어 개선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정부 역시 법령총괄은 보건복지부가, 수입신고·검사는 검역소·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영업자 지도·감독 등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관리주체가 분산돼 있어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소비자는 학교급식 세척제에 유해성분 노출, 종이컵 환경호르몬 등 위생용품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

또 위생용품의 범위도 구법에는 식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제품에 한정돼 있었다. 세척제·헹굼 보조제·일회용 물컵·숟가락·젓가락·이쑤시개·냅킨·식당용 물티슈 등 식품판매업소 제품 위주로 한정되면서, 면봉이나 화장지·일회용 기저귀 등 개인위생용품은 관리대상에서 빠져있다.

◇위생용품 관리 추진 = 정부는 위생용품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고민해왔다. 위생용품 업계의 실태를 반영하고, 부처 간 업무의 명확한 분담, 시기별 추진내용을 점검하면서 위생용품 관리법 제정에 나섰다.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2차례 발의됐는데, 주무부처가 복지부와 식약처로 나뉘었다. 정부가 식약처를 주무부처로 최종 지정한 뒤 지난 10월 31일 위생용품 관리법을 발의했다. 성일종 새누리당 의원도 10월 초 위생용품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새 법안에는 제조·수입업 등 영업신고를 의무화하고, 위생용품 범위에 일회용 포크·나이프·빨대·화장지·종이행주·타월·면봉·기저귀 등 8종을 추가했다. 이들 제품은 그동안 소관 부처가 없어 사각지대에 있거나, 관리체계가 미흡했던 품목이다. 위생용품수입업 신설로 수입위생용품의 안전관리도 강화된다. 또 기존 규정에 없던 중금속 등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기준을 식약처장이 정해 고시하도록 명시했으며, 위생용품 품목도 지자체장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영업자는 정기적으로 자가 품질검사를 하고, 그 기록을 2년간 보존해야 한다. 영업정지 및 영업소 폐쇄, 과징금 처분 등의 기준도 마련됐다. 법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조항도 정했다.

◇낡은 규제도 개선 = 낡은 규제 개선을 통한 기업 활성화도 도모한다. 불필요한 고가의 장비 설치 의무가 많았던 기존의 규제들을 변화한 환경에 맞춰 개선하는 작업이다. 현재는 기술발전으로 일회용 물컵 제조 시 코팅·인쇄된 종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옛 공중위생법상의 위생용품 제조업 시설기준에는 왁스 코팅기와 인쇄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또 월 2회 이상 자가 품질검사가 의무화돼 있고, 일회용 젓가락 등 기타위생용품 낱개 포장에도 모든 표시항목을 표시하게 돼 있다. 전자정부시대에도 불구하고 전산수입신고도 안 된다. 수입신고를 위해 행정기관(지방식약청 또는 국립검역소)을 2회 방문해야 하는 점도 과잉 규제로 지목됐다.

정부는 이번 제정안에서 불필요한 고가 장비 설치의무를 삭제하는 등 시설기준을 현실화했다. 또 식품위생법상 기구·용기에 대한 자가 품질검사 기간을 월 2회에서 6개월마다 1회 이상으로 완화했다. 식품은 유형별로 다양하게 운영하는 등, 품목별로 적정수준의 검사주기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품목별 표시 방식의 경우 ‘낱개 포장’에서 ‘최소 판매 단위별’로 표시토록 하고, 수입신고 시 전산접수도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는 입법 전이라도 내년 상반기 내에 전산수입신고 제도를 도입해 수입신고 시 직접 행정기관을 방문해야 했던 민원인의 불편도 해소해 줄 방침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