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경교육, 이젠 선택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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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은 최단 시일에 경제 성장과 정치적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고도성장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환경이 그 중요성에 비해 국민에게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 모두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있고, 지구 온난화 등으로 지구 생태계가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이제 환경 교육에 대해 전 국민적인 관심을 갖고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 더욱이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환경 이슈가 핵심 어젠다로 자리 잡은 현 상황에서 환경 교육은 국가적으로 이제 선택이 아니고 필수적 정책이 됐다.

지구의 자연 복원력은 벌써 한계에 도달한 것 같은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나뿐인 우리의 지구에서, 소비를 미덕으로 하는 현재의 생활 방식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환경 교육을 통해 물을 아끼는 것, 전기를 절약하는 것,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교육을 통해 알게 해야 한다. 적정 수준의 환경 공급과 수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야 한다. 환경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환경 교육이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전문가가 필요하다. 환경 기술과 환경 정책 등에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 환경을 연구하는 연구기관, 환경 정책을 만드는 정부, 환경 정책을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그 밖의 이해관계자 등 환경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문적인 환경 교육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2012년까지 추진된 환경부의 제2차 환경기술인력 추진 계획에 따라 미래 환경 기술 영역을 중심으로 2943명의 석·박사급 인력이 배출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7년에는 31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3차 계획에서는 2017년까지 3175명 양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렇듯 점증하는 환경 전문가의 필요성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환경 교육 기관은 미비하다. 최근 개도국에서 환경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뿐 아니라 개도국에 대한 환경 교육은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해외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미래의 또 다른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 개도국은 우리나라의 선진적이고 체계적인 환경 정책 및 관리, 환경영향평가 등에 관심이 매우 높다. 실제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개도국 공무원들에 대한 환경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의 환경 정책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도국의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환경 외교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히 거두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기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제대학원에 상응하는 KEI 국제대학원을 새롭게 만들어 환경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 주기를 건의해 본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어릴 때부터 환경 교육을 통해 환경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도록 한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은 제4차 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도래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들 새로운 기술을 환경 기술에 접목하면, 지속 가능한 환경과 함께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환경 기술과 정책, 그리고 환경 문화와 윤리를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의 설치가 시급하다. 이를 통해 환경 교육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환경에도 기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