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한상균 석방·재벌 구속”이 촛불 민심?

노동개혁 폐기·사드배치 철회
‘극단적인 정치투쟁’ 변질 논란

민노총 “위원장 석방” 기자회견
퇴진행동 대변인 겸직 논란도
민심왜곡·사회혼란 우려 나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가결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끌어낸 ‘촛불 민심’을 일부 노동단체 등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관이 없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 성과연봉제 도입 철회 등의 주장이 순수한 촛불 민심에 편승해 촛불 집회가 일부 세력의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중구 정동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수감된 한 위원장의 즉각 석방과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 총궐기 대회’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한 위원장에게 무죄가 선고돼야 하며 석방판결을 내려야 한다”며 “그것이 촛불이 바로 세우려는 정의”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의 석방에 ‘촛불 민심’을 끌어댄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일 탄핵이 가결된 직후 “재벌들로부터 시작된 반민생 반노동 정책은 물론 재벌체제를 청산하지 않고선 박근혜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탄핵은 기회이자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재벌 총수를 구속하라’는 구호도 등장했고, 대통령 탄핵과 연관성이 없는 성과연봉제를 철회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시민들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은 “나라를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는데 뜬금없이 한 위원장을 석방하라는 구호가 나와, 깜짝 놀라 대열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이 1500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의 대변인을 겸직하고 있어 퇴진행동인지, 민주노총인지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 스타트업인 ‘와글’은 촛불민심을 대변할 ‘시민의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누가, 무슨 자격으로 시민을 대표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계획을 중단하기도 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을 넘은 주장을 촛불 민심인 것처럼 호도하면 민심과 배치돼 순수한 뜻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