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넉넉·보조금 빵빵·충전요금 반값… 번개 속도로 팔리는 전기車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오닉 전기차(가운데)와 쏘울EV, 볼트, SM3 Z.E, i3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

6월 출시 아이오닉 2565대
국내 전기차 판매량의 55%
2000만원대 초반 구매 매력

내년엔 테슬라·BYD 등 상륙
보조금 없어 가격경쟁력 의문

국내에서 전기차 시대의 접근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쪼그라든 판매량에 업계의 시름이 깊었던 게 불과 몇 달 전 일인데 최근 실적에 불이 붙으면서 올해 성장세가 60%를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 전초전일 뿐이다.

지난 11일 정부는 내년 전기차 충전요금을 3년간 50% 할인한다는 통 큰 정책을 내놨고 1만4000대 보급이라는 야심 찬 목표도 세웠다. 여기에 한국지엠의 볼트는 물론 전 세계 전기차 유행을 이끈 테슬라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 BYD까지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파이 확장은 무엇보다 숫자에서 잘 드러난다. 14일 환경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기아자동차 쏘울·레이, 르노삼성차 SM3 Z.E, BMW i3, 한국지엠 스파크, 닛산 리프 등 현재 우리나라에 출시되고 있는 7개 전기차의 올해 1월부터 지난 9일까지 판매량은 4622대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만 해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4% 줄어 전기차 시기상조론이 힘을 얻다가 올해 막판 역전극이 펼쳐졌다. 비록 2016년에 전기차를 1만 대 보급하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갔지만 2013년 780대, 2014년 1075대, 2015년 2821대로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반전의 일등 공신으로 아이오닉의 등장을 꼽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선보인 이 차량의 올해 판매량 2565대는 국내 전체 전기차 판매 실적의 55%를 차지하고 있고 지난해 우리나라 총 전기차 판매량 2821대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11월에만 1085대가 팔리며 국내 최초 전기차 월 1000대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최근에 페이스가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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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전기차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요인으로는 국내 출시 전기차 대부분 1회 주행거리가 150㎞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191㎞로 이 분야 신기록을 세운 점이 우선 꼽힌다. 지난 11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실시한 전기차 경제성 테스트에서 테슬라, 쉐보레 차량을 제칠 정도로 세계 시장 평가 역시 수준급이다.

국내 출시 전기차 중 1위에 해당하는 시속 165㎞의 최고속도는 물론 우수한 가격 경쟁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트림별 4000만∼4500만 원으로 책정된 가격에 지자체마다 지원되는 약 2000만 원의 보조금 규모를 고려하면 2000만 원 초반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지난 11월까지 내수 누적 판매와 수출 판매에서 각각 2265대, 1만8327대 실적을 올리면서 아이오닉 등장 전까지 국산 전기차의 대표주자로 군림해 온 쏘울 역시 주행거리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다. 7개 전기차 중 아이오닉 다음으로 긴 148㎞인 1회 주행거리는 2014년 5월 출시 당시 획기적이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밖에 가격대로 보면 3900만 원으로 5인 승용 전기차 중에서 가장 저렴한 SM3, 성능 면에선 정지상태에서 시속 60㎞, 100㎞ 도달 시간이 각각 3.7초, 7.2초에 불과한 i3가 단연 눈에 띈다.

이 같은 구도는 그러나 내년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주행거리 300㎞ 이상을 공언한 2세대 전기차의 등장이 잇달아 예고됐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잡은 한국지엠의 쉐보레 볼트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383㎞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인증받았고 정지상태에서 100㎞ 도달 시간이 7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3만7495달러(약 4385만 원)인 미국 출시 가격이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크게 비싼 편이 아니라는 점도 강점이다.

최근 우리나라 환경부로부터 주행거리 473㎞의 모델S 90D에 대해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받은 테슬라, 제주도에 한국법인 설립 등기를 마치고 주력 모델인 주행거리 400㎞의 e6 국내 출시를 저울질하고 있는 BYD도 시장 판도를 뒤흔들 후보군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산 역시 만만치 않다. 주행거리가 400㎞가 넘을 경우 배터리 용량이 80kwh 이상으로 커지게 돼 완속 충전기로 10시간 이내 100% 충전이 가능해야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우리나라 규정을 충족하기 어렵다. 모델S 90D와 e6 모두 국내에서 보조금 없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판매 가격이 각각 9만 달러(약 1억525만 원), 31만 위안(5226만 원)인 모델S 90D와 e6가 국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들 업체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전인 1∼2년 사이에 현대차 등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도 400㎞에 달하는 2세대 전기차 개발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