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 끝날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배용원 부장검사가 19일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시비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에 언론에 처음 공개하는 미인도(26×29㎝)가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검찰 “진품맞다” 결론 발표
“기법 千화백 양식과 동일
이젠 작품세계 재조명 필요”

유족·일부 미술계는 반발

“미인도는 천경자 화백의 진품”이라는 검찰 발표에 의해 25년간 계속돼온 ‘위작 논란’이 종식될 수 있을까.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19일 천경자(1924~2015)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 맞다’고 밝히며 미인도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의 제작기법이 천 화백의 양식과 일치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또 미인도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최종 이관되기 전 소장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을 일으킨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고 검찰은 확인했다.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꾸준히 주장해온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준모 씨는 “천경자 선생 사후에 계속되는 작품의 진위문제는 그의 예술적 성과와 미학적 성취를 가리는 일 밖에 안된다”며 “유족들도 어머니의 화가로서의 명예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검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있다. 우선 검찰의 결론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밑그림을 찾아내 주목을 받았다는 프랑스 감정팀 뤼미에르테크놀로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다. 고소인 측의 요청으로 감정에 나선 프랑스팀은 천 화백의 진품 9점을 스캔 촬영해 비교 분석한 결과 ‘미인도’의 진품 가능성이 0.00002%”라는 수치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방식으로 천 화백의 다른 진품을 분석하자 ‘진품 확률이 4%대’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들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일부 감정가나 평론가들에 의해 제기돼온 위작 주장이 수그러들지도 미지수다. 지난 7월 ‘미술품 감정비책’에서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던 감정학 박사 이동천 씨는 검찰 발표에 대해 ‘기가 막히다’는 입장을 보였고, 앞서 6월 ‘천경자 전문가’로 통하는 평론가 최광진 씨도 “‘미인도’가 그리다 만 작품이라면 모르지만 완성작이라면 위작”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왜 작가 본인이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느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동안 ‘음모론’ 등 갖가지 추정이 난무했었다.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62)씨에 의해 고소·고발당한 6명 가운데 이번 검찰발표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정준모 씨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