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상향→농수축산물 제외…‘先令·後法’ 개정수순 밟을듯

- ‘청탁금지법’시행령 개정 전망

3·5·10만원 한도 상향에 무게

권익위 “농수축산물 예외규정
시행령 아닌 法개정해야 가능”

명절 선물 별도상한 규정포함
특정시기 法적용 배제도 검토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 검토에 착수하면서 설 연휴 전에 개정안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음식점, 화훼업 등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은 ‘3·5·10만 원’ 한도 상향 조정, ‘농·수·축산물 예외 규정 마련’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9일 정부에 따르면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권익위 등 관련 부처가 청탁금지법 시행령 완화를 위한 후속 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여러 정부 부처에서 보완 의견을 주고 있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뒤, “법 개정은 국회 소관으로 시행령 개정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시행령 개정에 무게를 뒀다. 만약 정부가 시행령 개정에 나서기로 한다면 현재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등인 이른바 3·5·10 한도를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농·수·축산물 예외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법률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에 별도 조항을 만들어 해결하는 방안이 있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현재 선물이나 식사의 상한선을 일괄적으로 10만 원으로 상향하거나 명절 등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법 적용을 배제하는 안 등이 정부 내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주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부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식대 3만 원은 2003년 기준으로 그동안 물가상승률을 감안, 현실화해 요식업계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게 타당하다”고 건의했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또 “명절에 농·수·축산물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미풍양속임을 감안해 설·추석 선물용에 한해 경조사에 준하는 별도 상한을 부여하는 개선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황 권한대행은 “(청탁금지)법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8일 기자들과 만나 “영세 상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농·수·축산물은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