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은 수면유도제로 많이 처방되고 있지만 장기 과다 복용 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정해진 용법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졸피뎀 안전사용 홍보 동영상 캡처
- (28) 수면유도제 졸피뎀 오남용 실태
국내산 수면제보다 약효 3배
장기간 먹으면 환각·몽유병…
술과 병용땐 부작용 더 커져
의사처방 필요한 약품이지만
인터넷서 거래 범죄 악용도
6월부터 투약과정 모니터링
‘자살 충동, 성범죄 악용, 폭식, 몽유병….’
모두 강력 수면제 ‘졸피뎀’의 부작용으로 의심되거나 실제 나타나고 있는 증상이다.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용으로 쓰이는 수면유도제로, 약효가 국내산 수면제의 3배 정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졸피뎀은 복용 후 전날 있었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도 불린다. 장기간 복용 시 환각 증세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돼 있다. 물론 의사의 처방 없이는 복용할 수 없다. 두통과 구역질·구토·현기증은 물론, 기억 상실·환각·몽유병 증상 등을 일으킨다. 약을 끊으면 불면증과 중추신경계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어 조금씩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졸피뎀이 SNS 등을 타고 불법 유통되면서 각종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졸피뎀의 오·남용 문제와 그에 대한 관리체계, 정부의 대책을 점검했다.
◇졸피뎀 사용 급증=졸피뎀은 프랑스 사노피사에서 개발해 ‘스틸녹스’(Stilnox)라는 상표명으로 출시된 불면증 단기치료를 위한 수면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앰비엔’(Ambien), ‘앰비엔 CR’(Ambien CR), ‘인터메조’(Intermezzo), ‘스틸녹스’(Stilnox), ‘스틸녹트’(Stilnoct), ‘서블리녹스’(Sublinox), ‘하이프노겐’(Hypnogen), ‘조네이딘’(Zonadin) 등의 상표명으로 시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 사노피사의 스틸녹스정이 최초로 허가된 이후 현재 한독 스틸녹스정 10㎎ 등 16개 업체에서 20개 품목이 출시돼 있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불면증에 한해 치료 기간은 수일에서 최대 4주까지 다양하지만, 1회 치료 기간은 4주를 넘지 않도록 허가됐다. 복용도 하루 10㎎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15분 이내에 약효를 내고 2∼3시간의 짧은 반감기를 갖는다. 체내 분해 속도가 빨라 약효가 즉시 나타나는 탓에 졸피뎀 사용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졸피뎀은 국내 총 수면제 처방의 6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향정신성의약품 진정수면제(졸피뎀, 트리아졸람, 플루니트라제팜, 플루라제팜 등) 전체 소비량에서는 31위이지만, 졸피뎀만 따지면 7위에 올라 있다. 또 졸피뎀의 최근 3년간 매출액에서 한국이 6위에 올라 있다. 인구대비 매출량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작용 급증=불면증 치료를 위한 수면제로 널리 사용되는 의약품이지만 마약으로 오용되는 경우도 많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2006∼2012년에 의뢰된 진정제 성분 약물 관련 성범죄 148건을 분석한 결과, 졸피뎀을 사용한 경우가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오·남용은 정상적인 의사 처방이 아닌 불법 구매를 통해 악용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불법으로 제조된 의약품이 의사 처방 없이 인터넷에서 무차별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매해도 오·남용하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자용 설명서를 통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약을 복용한 후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활동, 밤에 했던 행동을 다음 날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만약 술을 마시거나 다른 중추신경 억제제를 이 약과 병용할 경우, 문제의 행동들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아진다”며 “인지하지 못하는 활동으로 보고된 사례에는 수면 운전, 음식 준비 및 먹기, 전화하기, 성관계, 몽유병 등의 행동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에서는 졸피뎀이 아침에 졸음을 유발해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는 연구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이런 부작용 때문에 취침 직전 복용한 뒤 기상 전까지 최소 7∼8시간의 간격을 두도록 용법과 용량을 조절하고 있다. 식약처도 지난 2014년 7월 졸피뎀에 대한 허가사항을 바꿔 이런 용법을 추가한 바 있다.
◇의료현장 안전 사용환경 필요=식약처는 의료현장에서 졸피뎀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졸피뎀 허가사항을 변경해 배포했다. 졸피뎀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고, 반드시 처방대로 복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과 ‘의약품 품목허가 신고심사’ 규정을 강화해 전문가에게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지키도록 했다.
현재 졸피뎀은 마약류로 관리돼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 대상품이다. 이 시스템은 지난 2015년 개정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약품용 마약·향정신성의약품·동물용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의원과 약국, 도매업체 등 마약류 취급자는 모든 과정을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보고토록 규정했다.
의약품용 마약의 경우 오는 6월, 향정신성의약품은 11월, 동물용 마약류는 2018년 5월부터 보고가 의무화되면서 모든 투약과정이 모니터링된다. 보건당국은 추가적인 안전조치를 진행할지 검토하기 위해 이상 사례 분석도 실시하고 있다. 정상적인 용량에 따라 투여 시 발생하는 자살 시도 등 비정상적인 행동 발생 여부 및 졸피뎀과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분석·평가가 시행 중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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