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북극성-2’로 시급성 더 커진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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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경희대 교수 국제정치학

북한이 또다시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돼 있는 탄도 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 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플로리다의 휴양지에서 한밤중에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북한의 행위를 비난하고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유엔 안보리도 13일 긴급회의 직후 만장일치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발사 준비가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실험발사한 것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은 우리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상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첫째,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우리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인 발사 징후 포착과 사전 제거 작전, 소위 킬체인(Kill Chain)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경우 사전 탐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발사대를 무한궤도 차량에 싣고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사전 탐지를 거의 불가능하게 했다.

둘째, 마하 10 이상의 고속 비행을 하는 미사일을 실험함으로써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엇(PAC) 체계로는 북한 미사일의 요격이 불가능하게 됐다. PAC-2나 3는 비행속도가 마하 4에서 5 정도일 때에만 요격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특히 중장거리 미사일을 고각도로 발사함으로써 비행거리는 줄이되 요격은 어렵게 만드는 전술을 구사했다.

셋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기술을 응용하고 추진체와 탄두 분리 기술에 성공함으로써 북한이 SLBM과 ICBM 개발의 성공에 거의 근접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언제 어디서든 대한민국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곧 가질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북한의 이러한 미사일 능력은 핵 능력과 병행해서 발전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수십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불과 몇 년 내에 수십 내지 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 더해 중국의 급속한 해·공군력 증강이 미군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활동범위를 축소시키면 한반도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려 있는 위급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치권은 천하태평이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이다.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선 주자들은 거의 모두가 안보 상황에 대해선 심각하게 말하지 않는다. 안보 얘기를 꺼내봐야 표를 얻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력이 북한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전쟁을 일으킬 리가 만무하다거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협상용이거나 방어용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북한의 이번 미사일 실험은 사드(THAAD) 배치의 시급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고각도로 발사해 우리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경우 기존의 패트리엇으로는 방어가 안 되지만, 사드로는 해볼 만하다. 사드 배치의 최종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주장은 배치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 이 뜨거운 감자를 차기 정부로 넘겨 온 국민이 고생하게 하지 말고, 사드가 시급히 배치되도록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