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度넘은 ‘反기업’… 흔들리는 경제>경영권 위협法서 부동산·유통·고용까지… ‘전방위 규제 입법’ 소비심리 위축 우려

④ 포퓰리즘 법안 봇물

다중대표소송제·전자투표제
27일 법안심사소위 통과 강행

상가임대료 상한·면세점규제 등
제도 도입 장점보다 부작용 커
경제주체 혼선·부담 가중 우려

여야가 재계와 학계의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 상법개정안 가운데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도입을 강행하면서 포퓰리즘적인 반(反)기업 입법 논란과 함께 기업 전반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대기업 경영권 위협 법안부터 골목상권, 부동산, 유통, 고용분야까지 전방위에 걸친 입법 조치가 경제주체의 혼선·부담을 가중시키고 소비심리만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이 팽배해지고 있다.

23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여야는 자회사 이사가 임무 회피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모회사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토록 한 다중대표소송제와 주주들이 주총 현장에 가지 않고도 전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오는 27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통과시킬 방침이다.

여야가 제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절충점을 찾고 있고, 정부가 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 보장도 포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홍기용 한국감사인연합회 명예회장(인천대 경영대 교수)은 “모자회사 등 결합기업을 다중대표소송의 적용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소송의 남용 가능성이 크고 국내는 물론,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까지 모두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투표제 역시 지배주주의 일방적 의사결정 견제 수단이란 취지에도 불구, 전체 의견의 ‘왜곡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 명예회장은 “예컨대 소액주주들이 카톡으로 모임을 만들거나 위임장을 받아 한쪽 의견을 몰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완진 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상사법학회 회장)는 “실제 전자투표제는 번거롭고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를 굳이 의무화해 기업 부담을 늘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2명 이상 이사 선임 시 후보자를 한 곳에 몰아 득표순으로 일괄 선임토록 하는 집중투표제와 지분을 많이 보유한 대주주라 해도 의결권을 3%밖에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등은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투명하지만,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

상법개정안 외에도 35년간 넘게 존속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존폐, 기업 불법행위로 가맹점·소비자가 손해 볼 때 실제 손해 발생액수보다 더 많은 배상액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기업부담만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업체와 제조기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부동산 제도에서도 전월세·상가임대료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등이 입법될 태세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덮어 놓고 임차인 보호에만 집중하는 내용으로, 오히려 임대인 역차별 우려가 큰데 끊임없이 야권에서 밀어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분야에서는 골목상권 보호를 취지로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외에 면세점 규제안까지 등장했다. 상품공급점까지 준대규모 점포의 범위에 포함해 영업시간을 제한하자는 내용의 규제를 시행할 경우 급하게 물건을 들여야 하는 영세상인조차 물건을 떼오지 못해 결국은 ‘공멸’할 것이란 지적을 받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데도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법안만 15개 이상 쏟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민종·김윤희·박준우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