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문화재>천체 관측기 ‘소간의(小簡儀)’ 놓는 석대… 서울의 첨성대

관상감 관천대·창경궁 관천대

‘서울에도 첨성대(瞻星臺)가 있다?’

서울에는 ‘관천대(觀天臺)’라는 이름이 붙은 문화재가 두 개 있다. 관천대는 조선 시대에 발명된 천체 관측기구인 ‘소간의(小簡儀)’를 놓는 석대를 말한다. 별을 보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첨성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앞마당에 있는 ‘서울 관상감 관천대’(보물 제1740호), 다른 하나는 종로구 창경궁 내에 있는 ‘창경궁 관천대’(보물 제851호)다. 관상감 관천대는 가로 2.8m, 세로 2.5m, 높이 4.2m 크기다. 3개의 돌덩이를 8칸으로 쌓고 그 위에 받침대를 올린 형태다. 밑에 큰 돌을 여러 개 쌓고 잔디를 깐 뒤 그 위에 세웠기 때문에 생각보다 크고 웅장하다. 관상감은 조선 시대에 천문·지리·역수(曆數)·점산(占算)·측후(測候)·각루(刻漏) 등 기상에 관한 일을 담당했던 관청이다. 조선 세종 이전에는 ‘서운관(書雲觀)’으로 불렸다. 따라서 제작 시기는 조선 세종 때로 추정된다. 관상감이 설치되면서 관천대도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창경궁 관천대는 가로 2.9m, 세로 2.3m, 높이 3m 크기로 관상감 관천대보다는 조금 작다. 5칸으로 쌓은 화강암 위에 역시 받침대가 있는 모양이다. 제작 시기는 ‘서운관지’에 나와 있다. 조선 숙종 14년(1688)이다. 둘 다 별을 관측하는 첨성대 성격의 관천대로 형태가 비슷하고 보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경주에 있는 신라 첨성대는 너무 유명한 반면, 이 관천대의 존재는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도 비슷하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가깝다.

차이점도 눈에 띈다. 누대 위에 솟아 있는 돌기둥의 모양이 조금 다르다. 또 창경궁 관천대에는 옆에 돌계단이 붙어 있다. 관상감 관천대에도 돌계단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없어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창경궁 관천대는 천문대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남문현 건국대 명예교수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학술지 ‘고궁문화’에 게재한 논문에서 창경궁 관천대는 표준시간 계측기구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를 놓는 받침대라고 밝혔다.

물시계 ‘자격루’가 설치된 보루각 앞에 있었던 일성정시의는 북극성의 위치와 한낮의 그림자를 살펴 정확한 자정과 정오 시각을 계측하는 도구였다. 조선은 물시계의 오차를 바로잡기 위해 일성정시의를 활용했다.

남 명예교수는 “창경궁 관천대가 보물로 지정된 1985년 직전에 간행된 ‘한국의 과학문화재 조사보고 1980∼1985’에도 관천대를 일성정시의대로 보는 견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어쨌거나 관천대는 신라 첨성대, 개성 만월대의 고려 첨성대와 더불어 우리나라 천문 관측 역사의 발전을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이 적은 편이다. 기상예보는 예나 지금이나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따라서 조선은 일찌감치 서운관을 설치하고 기상을 예측했다. 서운관은 당시 동양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관천대를 통해 과학을 중시한 우리 조상의 지혜를 새삼 엿볼 수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